미수금 회수 용역으로 활동하는 영예군인들, 말밥에 올라

주민집 찾아가 가산 파괴하는 등 행패 부리지만 국가적 배려 대상이라 처벌받지 않아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평안남도 북창군에서 영예군인(상이군인)들이 생계를 위해 돈 장사꾼(대금업자)들의 미수금 회수 용역으로 활동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달 말 북창군에서는 특류영예군인이 한 가정집에 쳐들어가 집안 가산을 때려 부수고 집주인을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북창군 읍에 거주하는 돈 장사꾼의 사주를 받고 빌려준 돈을 대신 받기 위해 나섰다가 생긴 일”이라고 전했다.

당시 북창군 안전부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영예군인 중에서도 부상 정도가 심해 국가적으로 더욱 특별한 관심과 보장을 받는 특류영예군인이 일으킨 사건이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흐지부지 덮어 버렸다고 한다.

소식통은 “영예군인들은 과거에 주로 국가가 통제하는 단속품들을 운반하거나 가족, 친구와 함께 장사 활동으로 돈을 벌어 왔는데, 코로나를 겪으며 이마저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돈 장사꾼들이 돌려받지 못한 돈(미수금)을 대신 받아내는 용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돈 장사꾼과 영예군인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돈 장사꾼들은 문제를 일으켜도 관대하게 처리되는 영예군인들을 돈 주고 부리면서 미수금을 회수할 수 있고, 영예군인들은 별도의 밑천이 필요 없이 돈을 벌 수 있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후 생활고가 심해진 영예군인들이 국가 공급에 의존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돈을 벌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며 “이들은 대체로 가산을 파괴하거나 주민들을 협박하는 식으로 패악을 부려 돈을 받아낸다”고 말했다.

북한 형법 제329조(개인재산 고의적 파괴죄)는 ‘개인의 재산을 고의적으로 파괴한 자는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대량의 개인재산을 파괴한 경우에는 4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특대량의 개인재산을 파괴한 경우에는 4년 이상 9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개인재산인 가장집물 파손 역시 정도에 따라 심한 경우 교화형에 처해질 수 있는 행위다. 그러나 국가적 배려 대상이라는 이유로 무마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영예군인들의 행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주민들의 말밥에 오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영예군인들이 돈벌이에 나서야 할 만큼 국가가 이들의 생활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영예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때마다 내는 후방물자를 아깝다고 해야 할지, 공급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며 동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또 어떤 주민은 그렇다고 이렇게 만든 국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낼 수도 없다며 한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