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은정 담겼다는 ‘은정茶’, 북한서 ‘등골차’로 등극

시장서 옥수수 1kg 2800원인데 500㎖ 음료 1병이 2500원…"은정 느끼기엔 가격 너무 비싸”

은정차음료공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북한의 대표적인 차(茶) 음료로 꼽히는 ‘은정차’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제품이 출시된 데다 TV 광고를 통해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 음료 1병의 가격이 너무 높아 부모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5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은정차’를 사 마시는 것이 경제적 풍요를 과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에 조선소년단 창립 78주년(6·6절) 기념 운동회 때 도시락을 싸가면서 부모에게 ‘은정차’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500㎖ 1병 가격이 북한 돈 2500원에 달해 부모들은 자식들이 원하는 만큼 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아이가 하도 졸라 큰맘 먹고 1병 샀는데 조금만 더 보태면 옥수수 1kg을 살 수 있는 돈이라 솔직히 좀 아까웠다”며 “우리 식구 한 끼 식량값을 음료수 1병 사는 데 썼다는 게 억울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의 가격은 2800~3200원으로, 2500원이면 4인 가구가 한 끼 먹을 식량(800g)을 살 수 있는 액수다.

또 다른 소식통도 “나는 아이가 셋이나 돼 3병을 사야 했다”며 “3병도 많은데 아이들이 선생님 몫까지 챙겨달라고 요구하면서 별수 없이 6병이나 구매를 했는데, 음료수 사는데 하루 일당 1만 5000원을 날려버린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찌됐든 정말 잊지 못할 ‘은정’인 것은 맞다”며 은정차에 담긴 ‘은정’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비꼬아 말하기도 했다.

은정차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차 브랜드로 김정일이 직접 이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평균 기온이 낮아 차 재배가 어려운데, 김일성이 1980년대 차 재배를 지시하면서 차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일성이 인민들의 건강을 위해 차 생산을 지시했다며 최고지도자의 ‘은정’이 담겨있다는 의미로 은정차라 이름지은 것이다.

북한은 2021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은정차음료공장을 준공했으며 현재 해당 공장은 녹차, 홍차, 철관음차, 사과녹차, 우유홍차 등 다양한 음료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학생들 사이에서 은정차는 부유함의 상징이 될 정도로 가격이 비싼 편이라 식량난, 경제난을 겪는 주민 대부분은 이를 선뜻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원수님의 은정을 느끼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음료 하나 못 사주는 부모의 심정을 후벼파는 음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