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서 중국산 의류 공산품 성황리에 팔려…시장 조금씩 활기

북한산 제품보다 값 싸고 질 좋은 중국산 선호…"수입 공산품 내륙으로 나가면서 도매상도 바빠"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여성용 속옷과 블라우스, 남녀 러닝셔츠 등 중국에서 수입된 여름 의류 공산품이 성황리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날씨가 부쩍 더워지면서 혜산시 시장에서는 예년에 비해 여름용 속옷과 옷들이 일찍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며 “여성 가슴띠(브래지어)와 블라우스, 남녀 난닝구(러닝셔츠) 등 중국에서 수입된 상품들이 특히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세관을 통해 들어온 중국산 여름 의류 공산품들이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블라우스와 레이스로 된 브래지어, 원단이 얇고 살에 들러붙지 않는 재질의 여성용 러닝셔츠와 순면으로 된 남성용 러닝셔츠 수요가 가장 많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들어온 여름옷들은 국산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맵시가 나고 품질도 우수하다”며 “그러니 사람들이 여기(북한)서 만든 옷을 사려 하지 않고 중국산 옷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중국산 블라우스는 중국 돈으로 평균 30~50위안(한화 약 5700~95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위안(약 1만 9000원)이 넘는 블라우스도 있긴 하나 저렴한 가격의 블라우스가 잘 팔리고 비싼 상품은 잘 사는 사람들이나 구매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 브래지어 가격은 북한 돈 1만 5000~5만원(약 1600~5500원) 사이인데, 2만 5000원부터 시작해 5만원 이상으로 넘어가는 국산(북한산) 브래지어에 비해 모든 면에서 훨씬 우수해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남녀용 러닝셔츠 또한 중국산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국산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대부분이 중국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들어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고 내륙지역에까지 수입 공산품들이 도매로 나가면서 도매상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이제야 조금씩 시장이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되면 도매꾼들의 짐을 포장해 주는 짐꾼들과 짐을 운반해 주는 구루마꾼(손수레꾼)들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시장 상인들은 물건이 전보다 더 팔리게 돼 생계가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국가 밀수를 통해 수입과 수출이 이뤄지고 있고, 일반 주민들도 여러 가지를 팔아 넘겨 돈을 조금씩 벌 수 있게 됐다”며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멀고도 멀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돈을 조금씩 만지기 시작해 굶어 죽기 직전인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