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속눈썹 등 북한의 인조 모발 제품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는 인조 모발 제품보다 전자제품 임가공에 대한 주민 선호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임가공으로 돈벌이하는 북한 주민들은 인조 모발보다 전자제품 가공 작업을 선호하고 있다. 비교적 공정이 단순하면서도 공임비가 높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가공 작업의 경우 일당으로 중국 돈 20위안 이상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가발이나 속눈썹, 턱수염 같은 인조 모발 제품 임가공 일당은 15위안 미만으로 비교적 낮다.
작업도 대부분 코일 감기나 부품 재활용을 위한 회로 단자 해체 등으로, 인조 모발 임가공보다 단순해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거주하며 임가공업으로 돈벌이하는 주민 김모 씨는 “가발이나 눈썹도 해보고 구슬꿰기와 수놓기도 해봤는데 이런 작업은 잠깐 정신을 놓으면 불량이 나와 수정 작업을 해야 한다”며 “그에 반해 전자제품 가공은 불량이 거의 없고 가격도 1.5배나 더 받으니 훨씬 좋다”고 말했다.
내부 주민들 속에 전자제품 임가공에 대한 수요가 높자 북한 무역업자들도 중국 전자회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 품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세관 때문에 전자제품 임가공 사업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이후 북중 무역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중국 세관에서는 금속이 포함된 원자재에 대한 대북 반·출입을 까다롭게 검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1000명 이상이 작업할 수 있는 (전자제품 가공) 작업장도 있었는데 지금은 간간이 일감이 들어오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소식통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눈썹, 가발, 구슬꿰기 같은 임가공 일감들은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지만 전자제품 일감은 코로나 이전의 20%도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재 때문에 많은 양을 들여오진 못하지만,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물품 사이에 숨겨서 금속 원자재를 계속 들여오고는 있다”며 “전자제품 임가공을 원하는 주민이 많은 만큼 전자제품 가공 작업이 아예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6일 중국 해관총서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은 7890만 6000달러(한화 약 1086억원) 어치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