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전략적으로 평안북도 신의주-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간 무역 거래에는 수입품만 반입시키고 수출품은 다른 경로로 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 품목이 수출입되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품목별 수·출입 경로를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복수의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거쳐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로 가는 북중 화물열차가 북측으로 들어갈 때는 수입품이 가득 실려있지만 반대로 중국으로 돌아올 때는 화물칸에 어떤 물품도 실려있지 않고 텅텅 빈 채로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북중 간 화물열차가 나올 때 아무것도 싣지 않고 나온 지가 좀 됐다”며 “중국으로 나오는 물건들은 지린(吉林)성 임강(臨江)이나 훈춘(珲春) 쪽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도 “단둥으로는 물건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는 않는다”며 “나가는 물건은 대부분 양강도나 함경북도 쪽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화물트럭도 북측으로 들어가는 차량에만 물품이 실릴 뿐 중국 측으로 나올 때는 물건이 실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단둥-신의주가 북중 간 육로 무역의 최대 거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이 경로로 수출품을 반출하지 않는 것은 단둥은 중국인이나 외국인이 접근하기 쉬워 수출입 품목이 외부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복수의 소식통들은 단둥 쪽으로는 주로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건설 자재 또는 식료품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반면 임강이나 훈춘으로는 대북제재에 해당하는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 철강 제품이 북측으로 대거 수입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눈썹, 가발 등의 임가공품도 임강, 훈춘 등의 지역을 통해 중국으로 반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북한으로 들어가는 북중 화물열차에는 의약품과 가공식품과 같은 비(非)제재 품목이 주로 실리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소염제, 진통제, 해열제, 링겔 주사액 등 의약품이 최근 화물열차를 통해 북한으로 대거 반입되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북한 무역회사들의 의약품 수입이 증가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식료품도 화물열차를 통해 북한에 수입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북한 당국은 각종 사탕, 과자, 껌, 건두부, 꽈배기 등의 간식류를 화물열차로 상당량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닭다리, 닭발, 오리고기 등의 가공육, 말린 바나나, 무화과, 망고 같은 건조 과일도 최근 북중 화물열차에 실리는 대표적인 수입품으로 꼽힌다.
소식통은 “북한과 중국의 무역량이 늘었다고 해서 대북 제재를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중 양국이 오히려 서로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제재품목은 공개되지 않은 루트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