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안북도 국경 지역에 한국 화장품이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중에는 가짜 제품도 있어 일부 주민들이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신의주시에서는 고급 화장품 판매를 업(業)으로 하는 장사꾼들을 중심으로 남조선(한국) 화장품이 유통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완전히 폐쇄되면서 2~3년간은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실정이었는데 지금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고급 화장품만 취급하는 신의주시 장사꾼들은 현재 한국과 중국 등 외국제 화장품을 비밀리에 유통·판매하고 있다. 북한에서 한국 제품 반입, 유통, 판매는 모두 법으로 금지돼 있어 예나 지금이나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한국 화장품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상품으로 둔갑돼 북한에 반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판매 과정에서 장사꾼들은 단속에 대비해 상표를 제거하는데, 사는 주민들도 이를 이해해 거래되는 제품을 보면 거의 다 상표가 없는 것들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한국 화장품은 질이 좋기로 소문나 오래전부터 북한 주민들이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 주로 ‘신흥 부유층’이라 불리는 돈주들이나 고위 간부 가족들이 주로 구매해 사용해 왔고, 이들은 지금도 한국 화장품의 주요 구매층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최근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이라며 유통·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가짜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가짜 제품을 사용한 일부 주민들이 가려움, 부어오름 등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남조선 제품 단속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기에 상표가 없어도 남조선 것이라 하면 의심하지 않고 구매한다”며 “바로 이런 허점을 이용해 누군가 가짜 남조선 화장품을 제조해 판매하면서 몇몇 사람들이 부작용을 겪고 있고, 이 때문에 남조선 것이라고 무턱대고 사면 안 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례로 신의주시의 30대 주민 김모 씨(가명)은 지난달 말 “남조선에서 새로 나온 화장품인데 3일만 발라도 분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고운 얼굴이 된다”는 장사꾼의 말에 귀가 솔깃해 그가 소개한 제품을 구매했다.
이후 며칠간 사용해보니 정말 피부가 맑아지고 얼굴이 고와지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얼굴이 간지럽고 퉁퉁 부어오르는 증세를 겪었다고 김 씨는 전했다.
그는 “화장품을 판매한 장사꾼에게 전화해 따졌더니 ‘다른 사람들은 다 일없는데(괜찮은데) 왜 그러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며 “이 장사꾼에게서 화장품을 샀을 법한 사람들을 수소문해 물었더니 새로 나온 남조선 화장품이라 해서 구매한 5명 중 3명이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더는 장사꾼에게 따지지도, 그렇다고 가짜 상품을 유통한 것으로 신고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가짜 화장품 때문에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신고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됐건 남조선 화장품이라고 한 것을 샀기 때문”이라며 “진짜든 가짜든 남조선 제품이라는 것을 알고 구매한 자체로 처벌을 피할 수 없어 더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