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체류 중인 北 여성 노동자들 공원 나들이 모습 포착

전망대 올라 고향땅 바라보며 "조국이 이렇게 코앞인데 5년 동안 집에 가질 못했다" 말하기도

북한 여성 노동자 수십 명이 지난 18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위치한 금강산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과 인접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遼寧)시의 한 공원에서 수십 명의 북한 여성들이 단체로 나들이를 나온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외부 활동이 다소 자유로워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오전 단둥시 북부에 위치한 금강산 공원에 북한 여성 노동자 수십 명과 인솔자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나들이를 나온 모습이 본지 카메라에 포착됐다.

여성 중 일부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몇몇은 원피스나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 파스텔톤의 봄 재킷을 착용하는 등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이었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고자 양산을 쓴 여성도 있었다.

이들을 관리하는 간부로 추정되는 남성은 검은색 바지와 셔츠 차림에 작은 손가방을 들고 있었고, 뒤처지는 인원들이 없는지 살펴보며 여성들을 인솔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북한 여성 노동자들과 남성 간부는 역시 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중국인들이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한 중국인 남성이 북한 여성들을 보고 “북한 미인들이 단체로 왔다”며 말을 걸자 여성들은 대꾸 없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또한 북한 여성들은 한 중국인이 자신들이 있는 쪽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자 남성 간부에게 즉시 이 사실을 알렸다. 남성 간부는 “우리를 찍은 건 아니겠지”라고 말하면서도 휴대전화를 든 중국인에게 중국어로 “사진 찍지 말라”며 제지에 나섰다.

이들은 열을 맞추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공원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일부 북한 여성은 멀리 북측을 바라보며 “조국이 이렇게 코앞에 있는데도 5년 동안 집에 가지 못해 참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동안 전망대에서 북측을 바라보던 일행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서로의 사진을 찍어줬다.

북한 당국은 중국에 파견돼 있는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해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미뤄 이들이 지닌 휴대전화는 중국에서 전화나 인터넷이 되지 않는 북한 휴대전화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북한 여성들은 휴대전화로 사진만 찍을 뿐 전화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들은 40여 분간 공원에 머문 뒤 입구에 주차돼 있던 버스를 타고 떠났다.

데일리NK가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결과, 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이들은 단둥에 위치한 복장회사(의류공장) 노동자들로 파악됐다. 이 소식통은 남성 간부의 얼굴과 차림새를 보고 이들이 복장회사 소속임을 확인하면서 “노동자 폭력 사태 이후 공장 지배인들이 개별적으로 노동자들 바깥 구경을 시켜주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난핑(南坪)에서 북한 관리 간부가 노동자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외출을 허용해주는 등 노동자들을 다소 풀어주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여성 노동자들은 한두 달 내에 순차적으로 귀국하게 될 인원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단둥에서는 지난해부터 몸이 아프거나 하는 이유로 급히 귀국해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일부 송환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일반 노동자들의 귀국 행렬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이 시작되면 동시에 새로운 노동 인력의 파견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본보는 앞서 북한이 4월 말부터 신규 노동 인력 1000~2000여 명을 중국에 파견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함경북도 온성과 무산을 통해 중국 지린성 투먼(圖們)이나 난핑으로 입국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중국인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검문·검색이 강화돼 있는 곳이어서 국제사회의 시선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대북제재 헐거워진 틈 타 中에 신규 노동자 대거 파견)

소식통은 “최근에는 투먼이나 난핑으로 입국한 북한 인력들이 단둥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없었으나 단둥 공장 인력들이 순차적으로 귀국하면 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이 경로로 입국한 사람들이 단둥까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