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남포시 편] 밀무역 죄가 간첩죄로?

[북한 비화] 발열 증상에 집단 격리된 장애인들 사망 이르기도…방역 내세운 통제에 주민 공포·분노

북한 남포 수출입품검사검역소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2020년 초 북한이 코로나로 해상 봉쇄를 단행하면서 항만도시 남포에서의 일반적인 무역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만 북한은 ‘필요한 중요 물자만 들여오고 일체 모든 수입을 중단한다’는 국가 정책에 따라 항로 무역의 유일한 통로로 남포항을 열어둬 남포에서만큼은 예외적으로 제한적인 무역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이듬해인 2021년 중순 어느 날 남포항이 몇몇 의진자(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자) 발생으로 갑작스럽게 완전 봉쇄됐다. 이에 남포항으로 들어온 물건들을 실어 나르던 운전수 30여 명이 즉시 와우도구역 체육촌에 격리됐다.

당시 남포시 비상방역위원회는 이 격리 조치가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격리된 30여 명 가운데 6명의 운전수들은 곧 남포시 보위부에 끌려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이 6명은 코로나 기간 국가 무역 짐배(화물선) 일부 선원들과 밀착해 밀무역 활동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대가를 받고 규정된 방역 절차를 어겨 남포항에서 물건을 신속하게 이동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남포시 보위부는 내적인 사건기록에 ‘국가의 방역 위기 속에 내부를 교란시키고 비루스(바이러스)균을 온 나라에 퍼뜨리려는 미제의 오랜 고용 간첩망이 드러났다’면서 운전수들이 마치 간첩 행위를 해온 것처럼 묘사했다.

남포시 보위부의 칼날은 코로나 봉쇄 시기 유일한 항로 무역의 통로인 남포항으로 밀무역 물건을 들여온 국가 무역 짐배 일부 선원들과 규정 방역 절차를 생략하고 물건을 내보낼 수 있게 협조한 남포항 검역장 방역원들에게까지 뻗쳤고, 이 사건은 당시 남포에 소문으로 퍼져 주민들은 더욱 공포에 휩싸였다.

더욱이 당시 남포에서는 발열 증상을 보인 장애인들이 시설에 집단 격리됐다가 사망에 이르러 방역 원칙에 따라 공동 처리 구역에서 시신이 모두 불에 태워지는 사건도 발생해 주민 사회가 뒤숭숭했다.

특히 장애인 사망자들의 시신을 처리한 성원들이 “부모들이 겉으로는 울고 있어도 속으로는 (장애인인 자식이) 잘 죽었다면서 코로나를 고마워할 것”이라는 망언을 노골적으로 해 주민들로부터 크나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남포시의 한 주민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방역을 내세운 국가의 강력한 통제로 두려움에 짓눌려 사는 것도 가뜩이나 괴롭고 힘든데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들을 격리시키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자 남포시 주민들은 깊은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때는 정말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누가 방역 정책을 어겨 어디론가 끌려갔다더라, 누가 격리됐다가 죽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려와 스산하기 그지 없었다”며 “어떤 노인은 당시 상황을 두고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를 연상시킨다면서 국가의 코로나 방역 통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