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남편들이 직장에서 퇴근한 후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돼 가정주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 직장일 밖에 모르던 남편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퇴근 후 아내를 도와 집일을 하고 있다”며 “이에 가두여성(전업주부)들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라는 등의 말을 나누며 웃음 짓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사회에는 ‘가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일은 아내의 몫이며, 남편은 직장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땔감용 나무를 패거나 구멍탄을 찍는 등 힘이 필요한 일도 남편의 도움 없이 아내들이 혼자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져 남편들이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아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서는 여자들이 시집가서 얼마나 고생하면 사람들이 시집가는 여자들을 만나면 하는 첫 마디가 ‘노동단련대 생활이 시작됐네’라는 말”이라면서 “하지만 요즘은 집마다 남편들이 일찍 퇴근해서는 집일을 거들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아내들이 가사, 육아에 더해 경제활동까지 도맡아왔다. 그런데도 남편들이 손 하나 까닥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태도가 180도 달라져 아내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아내들이 장마당에서 종일 돈벌이하고 들어오면 먼저 집에 들어와 있던 남편들이 장판 물걸레질도 하고 저녁까지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
실제 혜산시의 한 여성은 “직장밖에 모르고 술·담배 없이 못 살 것 같던 사람과 결혼한 것을 죽어라 후회했는데 요즘 술·담배 다 끊고 집일도 잘하고 저녁에 퇴근해서는 아이들까지 다 씻기는 모습에 ‘죽을병에 걸렸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요 몇 년간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죽을 고생을 겪더니 이제야 남편이 철든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또 다른 여성은 “며칠 전에 장마당 갔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갔는데 남편이 반기면서 ‘너무 고생했다. 추우니 빨리 와서 아랫목에 앉으라’고 해 눈물이 났다”며 “시집온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수고를 알아주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 쌓여있던 노여움과 힘겨움이 다 없어지는 것 같았다”며 감격을 표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에는 여태껏 남자들은 집안에서 대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 여자들이 혼자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온갖 고생을 다 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면서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을 굶겨 죽이지 않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아내들의 모습을 지켜봐서인지 남편들이 스스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를 겪으며 정말 생계를 위협받는 혹독한 생활난에 시달렸지만 몇십 년간 굳어진 인식에 바뀔 것 같지 않던 남편들이 달라져 가정에 훈기가 돌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지금 같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