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식량 수급 및 공급 통제·관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280여 개의 양곡판매소를 운영 중인 가운데, 평양과 지방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는 곡물의 질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중구역의 한 양곡판매소에서는 지난달 두 차례 곡물 판매가 이뤄졌다.
북한 전역에 있는 양곡판매소는 보통 1일부터 15일까지를 상순, 15일부터 말일까지를 하순으로 나눠 한 번씩 한 달에 총 두 번 곡물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국가기념일이 포함된 달이나 해당 지역의 양곡판매소 사정에 따라 한 달에 한 번만 곡물을 판매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해당 양곡판매소는 지난달 상순에 닷새간, 하순에 이틀간 곡물을 판매했다.
상순에는 쌀 1kg을 4000원에, 강냉이(옥수수) 1kg은 2100원에 판매했고, 하순에는 쌀 1kg을 4200원에, 강냉이 1kg은 2400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해당 양곡판매소 주변의 공식 시장보다 쌀은 30%, 옥수수는 20%가량 낮은 가격에 판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은 “당시에 판매된 쌀과 강냉이 모두 깨끗하고 불순물이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질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쌀이나 강냉이의 품질은 평양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지난 6월 양강도 국경 지역의 한 양곡판매소에서는 한차례 곡물이 판매됐는데, 판매된 쌀과 강냉이에는 돌과 겨 등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있었다. 양곡판매소에서 구매한 쌀을 집에 가져와 이물질을 다시 골라내는 작업을 따로 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이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한 강냉이 역시 질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묵은 강냉이로, 겉보기엔 깨끗했지만 쉽게 부스러져 음식을 해 먹기가 쉽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아울러 지난달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양곡판매소에서 판매된 쌀도 질이 좋지 않아 이물질을 골라내야만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쌀은 팔지 않는 게 낫다”, “아무리 싸도 질이 이렇게 나쁘니 돈이 아깝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는 곡물의 품질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각 지역 인민위원회 양정부가 개별적으로 재정 상황에 맞게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할 곡물을 수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양곡판매소에서 판매되는 곡물은 소속 지역 인민위원회 양정부가 농장에서 직접 매입하기도 하고 또는 각각 연결된 무역기관을 통해 위탁 수입을 하기도 하는데, 재정 상황에 따라 거래하는 무역기관이 다르고 매입할 수 있는 곡물의 양과 질도 달라져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양곡판매소 판매 곡물의 품질은 평양과 지방 간에도 차이가 나지만, 같은 평양 내에서도 중심구역이냐 주변구역이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평양 중심구역에서도 수입 안남미나 강냉이가 판매되기도 하지만 질이 좋은 편”이라며 “평양에서도 주변구역은 중심구역보다 양곡 판매량이나 질, 횟수 등에서 많이 뒤처져있고 질도 낙후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