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에 파견된 당비서(정치적 관리 당담)들이 당비(黨費)와 맹비(盟費)를 2배로 인상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노동자 월급에서 현금을 거둬들이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돈벌이에 나섰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5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내 일부 회사 당비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월급에서 내야 할 당비를 500루블(한화 약 8000원)에서 1,000루블(한화 약 1만 6000원)로 올렸다.
북한에서 당비는 월수입의 2%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당 규약 제4조)하고 있다. 북한에서 일반 노동자들의 월급이 보통 3000원이라는 점에서 60원(약 0.007달러)을 납부해야 했지만, 워낙 적은 돈이라 내는 사람도 받는 곳에서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규정은 있는 만큼 납부에 대한 의무가 있어 일부 간부들의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곤 했었다. 특히 당국의 감시 시스템이 미치기 힘든 해외에서는 갑작스럽게 부풀려 받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문제는 또 “러시아 내 노동자는 월수입은 정해진 게 없고 번 돈을 모두 사업소나 작업소에 바치는 구조인데, 또 당비를 바치라니 터무니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노동자들은 계획분을 바친다는 조건으로 (러시아에) 나온 것”이라면서 “갈수록 올라가는 계획분에 더해서 또 당비까지 더해 받는 건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 내 노동자들 속에는 당원뿐 아니라 직맹(직업총동맹)원도 존재하는데 역시 당비서에게 맹비 명목으로 월(月) 1,000루블을 바쳐야 한다고 한다. 이 또한 얼마 전에 2배로 올랐다.
북한 노동자 입장에서는 당비서가 인건비를 주는 것도 아닌데, 본인 수입의 일정 부분을 당비, 직맹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비서 입장에서도 나름 할 말은 있어 보인다.
일단 러시아 내 회사 당비서는 물론 지배인 보위지도원은 현장에서 일하지 않아 별도의 개인 수입은 없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데, 순수입으로 국가계획분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딴주머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 돈으로는 해외에서 ‘떵떵’거리면서 생활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상급 간부들은 바로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게 됐다는 뜻이다.
물론 ‘특수단위 및 간부들의 비위’라는 명목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국 입장에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할 간부들이 ‘알아서 생존’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암묵적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힘없는 하급 간부나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곤 한다. 심지어 최근엔 당국에서 하달된 ‘강연회 자료’를 받으러 오라고 하면서 당당히 5000루블을 요구하는 당비서도 많아졌고, 이제는 일종의 ‘관례’가 됐다고 한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악용해 개인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만, 노동자들은 이 같은 방식에 제대로 된 비판을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러시아 내 북한 노동들은 매달 내는 당비를 더 올려 받는 악질 당비서들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면서도 “규정에는 어긋나지만, 당비서에게 잘 보여야 하는 해외 생활이니 별수 없다고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