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십자포화에 주민 뛰어내리자…黨 비판사업 개선 지시

집중비판에 극단적 선택 시도…평성시당 "비판은 사회적으로 망신을 주려는 것 아냐"

지난 2020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은 수도 평양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몰아주기식 비판을 받은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일을 계기로 비판사업 개선에 관한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달 말 한가지 결함으로 몰아주기식 비판을 받은 주민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일로 평성시 당위원회 조직부가 직접 나서서 비판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를 각 당 조직에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평성역 내 사령탑 꼭대기에서 한 주민이 뛰어내려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벌어졌다.

평성역 사령원인 이 주민은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지나 첫 출근날 충성의 선서 모임에 지각한 것으로 주 생활총화에서 집중비판을 받았으며, 이것이 상급 당 조직에까지 상정돼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

또 그는 주 생활총화뿐만 아니라 월 생활총화에서도 당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초급당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5월에도 계속해서 집중비판을 가했다. 충성의 선서 모임에 늦은 것을 마치 반동을 한 것처럼 치부하고 집요하게 비판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초급당은 6월에 있을 2/4분기 당 생활총화에서도 그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겠다고 예고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쏟아지는 십자포화에 한동안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던 이 주민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고, 사건 조사에 나선 안전원에게 ‘차라리 죽거나 몸이 다쳐 병원 신세를 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를 단순하게 볼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평성시 안전부 정치부가 사건 조사 내용을 시당 조직부에 알리면서 비판사업을 개선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진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시당 조직부는 사건을 조용히 처리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각 당 조직에 비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혁명가로 개조해 당의 두리(주위)에 더욱 튼튼히 뭉치도록 하자는 것이지 사회적으로 망신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시당 조직부는 주 생활총화에서 비판받은 사람을 월 생활총화에까지 불러내 집중비판하고 분기 생활총화에까지 몰고 가는 것은 당과 인민을 분리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사소한 문제에 몰아주기식 비판을 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아울러 시당 조직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해당 세포비서와 초급당 비서에게 묻고 경고 처벌을 내렸으며, 그간 이들이 행한 당 사업을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