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女-중국인男 사이 무국적 아동들 ‘보호 사각지대’ 놓여

방치돼 있다 안타까운 죽음 맞기도…中 주민사회에서도 "보호 대책 마련해야" 목소리 나와

최근 중국 장백현에서 소년 한명이 객사한 가운데 북송된 탈북민 여성의 자녀로 무국적 아동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래픽=데일리NK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에서 탈북민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소년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가 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중국 현지 소식통은 1일 “이달 초 탈북민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12살 남자아이가 북송된 엄마를 찾겠다는 편지를 쓰고 집을 나갔다가 길에서 차 사고로 사망하는 변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년은 중국에 출생등록이 돼 있지 않은 무국적자로, 어머니인 탈북 여성이 지난 2019년 체포돼 북송된 이후 돌볼 사람이 없어지자 중국인 친할머니에게 맡겨졌다고 한다.

중국인 친할머니는 가출한 손주를 찾고자 마을 촌장과 담당 파출소에 상황을 알리기도 했으나, 파출소에서는 실종 신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사고가 난 후에야 신원 확인에 나서 논란이 됐다는 전언이다.

중국 공안 당국이 탈북민 여성과 중국인 사이에 태어난 무국적 아동들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이 현지 주민사회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보호책임을 다하지 않고 방치한 것도 문제지만, 중국 공안도 무국적 아동들의 일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어머니가 탈북민이라 하더라도 아버지가 중국인이면 유전자 검사를 거쳐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의 호적을 만들어주고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망한 이 소년의 경우처럼 무국적자로 방치돼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식통은 “이번 사고가 난 후 마을 사람들은 탈북민 엄마와 중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엄마를 북송시키지 않았으면 아이가 저렇게 길가에서 객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안 측은 ‘북조선(북한) 여성이 중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함께 살고 있다 하더라도 불법적인 체류이기 때문에 북송 대상’이라는 정책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은 “탈북민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무국적 아동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자 사고가 난 지역 파출소에서는 ‘관할지역 내 탈북민과 중국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면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서류를 제출해 호적과 국적을 만들도록 하라’는 지시를 마을 촌장들을 통해 돌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