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에서 위안·달러 쓰는 주민 늘어나…환율 상승 영향?

양강도에선 농산물도 외화로 거래…평양 일부 매대는 가격표에 국돈과 달러 병기하기도 

/그래픽=데일리NK

최근 북한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코로나 시기 급락했던 북한 외화 환율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 가치가 높아지자 평양과 국경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 이전처럼 시장에서 외화를 사용하는 일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31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국경도시 시장에서는 위안으로 물건을 사는 주민이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수입된 공산품과 식품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된 쌀, 옥수수 같은 농산물도 위안화로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 국경봉쇄 이전에도 양강도 혜산 등 국경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위안화가 내화처럼 어디서든 사용됐지만 2020년 1월 국경봉쇄 이후 외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외화를 사용하는 빈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본보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내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경봉쇄 직전인 2020년 1월 17일 양강도 혜산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70원이었다.

이후 2020년 10월까지는 곧 국경봉쇄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원·위안 환율이 1000원대로 유지됐으나 2020년 말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21년 6월에는 원·위안 환율이 500원 이하로 급락했다.

당시에는 시장에서 수입품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위안을 쓰는 것이 손해라 위안으로 물건을 사기보다는 ‘돈대’(환율)가 오를 때까지 계속 보유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 내 외화 환율이 코로나 국경봉쇄 이전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가치가 하락한 북한 돈 대신 외화로 물건을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내부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실제 지난 29일 기준 양강도 혜산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50원으로 국경봉쇄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비슷한 양상은 수도 평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평양의 외화상점이나 백화점에서는 코로나 국경봉쇄 이후에도 달러가 사용됐지만 시장에서의 달러 사용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 수입품이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도 달러로 물건을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의류, 선풍기, 랭동기(냉장고), 극동기(냉동고) 같은 공업품은 물론 맛내기(조미료), 콩기름 등의 수입 식품도 달러로 구매할 수 있고, 특히 수입산 공업품을 파는 일부 매대에서는 상품 가격표에 국돈(북한 돈)과 달러를 함께 적어 놓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업자에게 물건을 받아 올 때 외화를 쓰기 때문에 물건을 판매할 때도 외화를 선호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다만 평양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국산 공업품 등은 내화로만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 내부에서 외화 사용이 증가할 경우 북한 내화 가치가 하락하고 북한 당국의 외화 보유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국돈과 외화 병기를 금지하고 북한 돈으로만 표기하도록 하는 등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북한 당국은 무역 확대 조치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이 확대될 경우 주민들의 외화 사용 빈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19차 전원회의를 통해 무역법을 수정보충하고 “모든 무역활동을 국가경제의 자립적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확대 발전시키고 무역사업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항들이 보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된 후에도 중앙집권적 지도하에 제한된 무역을 실시하겠다는 의도인 만큼 향후 무역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무역 통제 및 관리 수준이 완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