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④] 평양 미림승마구락부, 北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

상류층의 전유물…최근 대외매체 선전에 외국인 대상 관광 사업 재개 움직임이란 말 나와

[편집자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김 위원장은 인민 생활 향상과 경제 발전을 최우선에 두고 의료·관광·상업·산업·주거 시설 등 각종 시설 건설에 주력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습니다. 데일리NK는 김 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치적사업’으로 일컬어진 이 시설들의 건설 과정을 돌아보고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주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 시설에 대한 북한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조명해보는 ‘김치전: 김정은 치적사업의 전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4월 16일 “2013년 10월 평양시 교외의 넓은 부지면적에 승마 운동과 교육에 필요한 조건과 환경이 갖춰진 미림승마구락부가 준공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내나라 홈페이지 화면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사업으로 꼽히는 미림승마구락부(클럽)가 고위급 간부들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미림승마구락부는 2013년 10월 25일 완공됐으며, 약 65만㎡로 추정되는 부지에 실내 및 야외승마훈련장, 말경주오락실, 식당, 사진관, 기념품 상점 등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미림승마구락부는 평양의 간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돈주들이나 그 가족들만 주기적으로 찾을 뿐 일반 주민들은 이곳을 고위층을 위한 유희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일단 지방의 주민들이 평양에 있는 미림승마구락부를 방문하려면 평양승인번호와 통행증을 사전에 발급받고 체류비까지 개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시간·경제적 수고를 무릅쓰고 승마를 즐기러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현실과 달리 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지난달 16일 “2013년 10월 평양시 교외의 넓은 부지면적에 승마 운동과 교육에 필요한 조건과 환경이 갖춰진 미림승마구락부가 준공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들 중에는 유치원 어린이로부터 늙은이에 이르기까지 각이한 나이의 사람들이 다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외 홍보용 월간지 금수강산 4월호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실어 미림승마구락부를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소식통은 “간혹 지방 기업소에 미림승마구락부권이나 평양견학표가 내려오면 강제로 구매해 단체견학을 가는 경우가 있지만 개인이 말을 타러 우정(일부러) 평양에 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림승마구락부 이용 비용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료는 7달러, 승마권은 1시간에 50달러인데, 50달러는 북한 돈 42만원으로 북한 시장에서 쌀 76kg을 살 수 있는 큰돈이다.

다만 소식통은 “평양 간부들이나 돈주들은 정기권을 끊어서 말을 타러 다니거나 아이 생일이라고 친구들을 모아서 단체로 가기도 한다”며 “일반 사람들은 자기 아이들은 그렇게 못 해주니 안쓰럽고 부모로서 미안해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반 주민들은 소위 돈 있고 권력 있는 집안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얘기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4월 16일 “2013년 10월 평양시 교외의 넓은 부지면적에 승마 운동과 교육에 필요한 조건과 환경이 갖춰진 미림승마구락부가 준공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여러 장 게재했다. /사진=내나라 홈페이지 화면 캡처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이 미림승마구락부에 대한 선전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 가족들이 승마를 즐기고 있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특권으로 비치지 않게 하려 대중들이 승마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게 아니겠냐고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과 자제분이나 여정 동지 등이 평소 말을 탄다는 것을 사람들도 알고 있다”며 “그런 사실이 특수화로 보이지 않도록 미림승마구락부를 대중에게 개방한 것이라는 것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명예기병종대’ 행렬 장면에서 명예기병대 사령관이 타고 있는 말을 가리켜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백마를 소유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한편, 평양 간부들 사이에선 최근 당국이 미림승마구락부를 선전한 것은 코로나 이후 외국인 대상 관광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3년 미림승마구락부를 준공할 때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최근 원산갈마, 양덕온천 등 관광지구 운영 재개 준비와 관련된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림승마구락부도 이에 발맞춰 대외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실상은 관광지구 시설 정비에 관한 주문이었을 뿐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련한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움직임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