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후 지속 하락했던 북한 쌀 가격이 최근 다시 상승하는 모양새다. 북한 당국이 쌀, 옥수수, 밀 등 곡물 수입을 확대했으나 수입 물량이 양곡판매소나 시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쌀 1kg이 58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신의주 쌀값이 542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7.01%가 상승한 것이다.
또 3월 중순 이후 1kg에 5000원 후반대 가격을 보였던 양강도 혜산의 쌀 가격은 지난달 30일 6000원으로 조사돼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16일보다 5.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 평양 역시 쌀 가격이 2월 초순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상승률이 낮았다.
옥수수 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신의주와 혜산 시장에서 거래된 옥수수 1kg 가격은 각각 3000원, 3100원으로 직전 조사 당시인 지난달 16일보다 각각 6.8%, 3.4%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들어 북한의 곡물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대폭 확대됐음에도 곡물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1일 일본 지지통신은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무역 통계를 인용해 지난 3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쌀이 전월 대비 약 2.5배 증가한 4만 6762t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쌀은 작년 한 해 1년치 수입량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에서도 지속해서 통밀과 밀가루를 수입했다.
이렇듯 북한은 올해 곡물 수입량을 크게 늘렸지만, 올해 1분기 쌀 가격은 코로나 기간인 최근 4년간의 1분기 쌀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수입 확대에도 곡물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고 최근 들어 다시 시장의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북한 당국이 수입한 곡물을 당이나 군, 보위기관 등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지난해 농업 생산량이 예년보다 크게 감소해 시장의 식량 가격을 안정화시킬 만큼 많은 양을 수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수입된 곡물을 국가의 우선순위에 따라 권력 기관에 먼저 공급하는 경우가 많아 수입량 확대가 시장 가격 안정화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