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로 추방된 탈북민 가족, 돈 건네받다 보위부에 붙잡혀

소식통 "철창 있는 감옥보다 더한 지옥살이…‘길러서 잡아먹는다’는 말 유행"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에서 돈을 이관받던 탈북민 가족이 보위부에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북한 내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보위부의 감시와 단속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어 이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이달 초 회령시에서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주려던 30대 남성과 탈북민 가족이 보위부에 체포됐다”면서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의 뒤를 밟다 붙잡은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체포된 탈북민 가족은 가족 중 한 사람이 월남도주(탈북)한 것으로 확인된 데다 위챗이 깔린 불법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단속돼 지난 2018년 오지로 추방됐다.

이에 이 가족은 다른 탈북민 가족들보다 더욱 심한 감시를 받아 왔고, 이런 실정에 돈을 이관하는 송금 브로커는 직접 움직일 대신 30대 남성을 이 가족의 집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남성은 탈북민 가족에게 자신이 대신 오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다음에 만날 날짜와 시간, 장소를 정한 뒤 돌아갔는데, 이후 ‘낯선 사람이 왔다 갔다’는 정보원들의 보고가 올라가면서 보위부가 더욱 예의주시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보위원들은 외출하는 탈북민 가족의 뒤를 조용히 밟았고, 이 사실을 알지 못한 탈북민 가족이 미리 약속한 장소에 나가 30대 남성에게서 돈을 전달받고 헤어지려는 순간 보위원들이 들이쳐 현장에서 모두 체포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는 철창 있는 감옥보다 더한 지옥살이를 하고 있는 탈북민 가족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여기(북한)에서 탈북민 가족들은 보위부의 지독한 감시 속에 살아가는 것은 물론 단속에 걸리면 받은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몰수당하고 끌려가 처벌까지 받아야 하니 이처럼 억울한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탈북민 가족뿐 아니라 송금 브로커들에 대한 보위부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원들은 송금 브로커들에게서 돈을 받아 챙기고는 뒤에서는 정보원들을 동원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이 얼마나 앞뒤가 다르게 놀면 ‘길러서 잡아먹는다’는 말이 유행하겠느냐”며 “사람들은 보위원들이 송금 브로커들의 뒤를 봐주는 것도 언젠가는 잡아먹기 위해서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된 송금 브로커는 아직 보위부에 붙잡히지 않았지만, 중간책인 30대 남성이 체포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몸을 숨긴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