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 단속 걸린 20대 女, 1000위안 내고 단련대 처벌 피해

봄 맞아 이색적인 옷차림 단속 강화…청년들 "입고 싶은 옷 입으려면 뇌물 고이고 입어야"

북한이 강연자료로 활용한 동영상의 한 장면. 이색적인 옷차림으로 강제 촬영을 당한 20대 여성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옷차림 단속에 걸린 20대 여성이 뇌물을 바쳐 노동단련대 처벌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비교적 가벼운 차림의 옷을 입는 봄철이 되면서 최근 청진시에서는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규찰대가 길거리 곳곳에서 청년들의 이색적인 옷차림에 대한 단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는 올바른 옷차림과 머리 단장을 할 것을 강조하며 청년동맹을 통한 단속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단속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청진시는 청년동맹 조직별로 강연회를 조직하고 “아직도 일부 청년들이 부르주아 사상과 자본주의 날라리풍에 물 젖어 고상하지 못한 옷차림과 이색적인 머리 단장을 하고 다닌다”면서 “단속되면 비판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처벌이 내려진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청진시에서는 20대 여성이 길을 지나다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청년동맹 규찰대에 단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옷차림 단속에 걸려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게 될 위기에 놓인 이 여성은 결국 1000위안의 뇌물을 바쳐 처벌을 피해 갔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청년동맹에 불려 다니며 비판서나 몇 장 쓰면 끝났지만, 지금은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리고 있어 자연히 뇌물도 따라서고 있다”며 “단련대 한 달을 받으면 사업하는(단련대에서 빼오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청년들의 부르주아 사상을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옷차림을 단속하고는 뇌물을 받고 풀어 주고 있으니 이런 단속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청년들의 옷차림을 단속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처럼 노동단련대까지 보내면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체제를 위협하는 청년들의 사상 이완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편, 청년들은 옷차림 단속과 처벌 강화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청년들은 옷차림에도 사상이 있는가. 내 돈 주고 내가 산 옷도 마음대로 입지 못하고 걸리면 단련대까지 가야 하니 사는 게 너무 숨 막힌다면서 입고 싶은 옷을 입으려면 뇌물을 고이고 입어야 하니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