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서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 “살아있는 고통보다 죽음을”

실질적 가장인 아내 마지막 행보는 400위안 빌려 음식 장만한 것…소문 들은 주민들은 충격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의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생활난에 시달리던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벌이진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23일 회령시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생활난에 먹고 살길이 답답해져 가족 전체가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가족은 아내이자 엄마인 40대 이모 씨가 장마당에서 담배 장사를 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벌이가 줄면서 경제 사정이 점점 악화했고 최근에는 초⸱고급중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식도 학교에 보내지 못할 만큼 생활난을 겪었다.

이 씨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 담배 장사를 그만두고 종목을 바꿔가며 여러 가지 장사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밑돈만 바닥나고 빚만 떠안게 됐다고 한다.

더는 밑돈이 없어 장사할 수 없게 되고 자식들조차 쫄쫄 굶기게 된 이 씨는 결국 지난 15일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을 찾아가 400위안(한화 약 7만 6000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당일 저녁 이 씨가 돼지고기며 오리 훈제, 떡 등 여러 가지 음식을 사서 가는 것을 본 주민들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 일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며 “이 씨가 빌린 돈으로 그동안 먹지 못한 음식을 맘껏 사 먹고 온 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며 살아있는 고통보다 죽음을 택한 것”이라며 “이번에 이들 일가족 사망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은 절량세대에 대한 대책도 없이 방치하고 있는 국가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