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②] 외관은 화려 내부는 텅텅…평양종합병원 속사정은?

의료 장비 수입 및 비용 문제가 발목 잡아…당에서도 병원 개원 시기·방안 두고 고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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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김 위원장은 인민 생활 향상과 경제 발전을 최우선에 두고 의료·관광·상업·산업·주거 시설 등 각종 시설 건설에 주력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습니다. 데일리NK는 김 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치적사업’으로 일컬어진 이 시설들의 건설 과정을 돌아보고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주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 시설에 대한 북한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조명해보는 ‘김치전: 김정은 치적사업의 전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보건의료 시설의 현대화에 공을 들이며 ‘애민’을 선전해왔다. 그중에서도 북한 당국의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평양종합병원은 김 위원장이 착공 후 200일 만에 완공할 것을 공개적으로 지시했지만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개원하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종합병원은 내외부 건설을 비롯해 외부 조경과 주변 지역 도로, 녹지조성 공사까지 모두 끝났고, 현재 현장에는 건설여단의 2개 기술중대 병력만 남아 유지 관리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0년 3월 17일 진행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솔직히 말해 우리 당은 당중앙전원회의에서 나라의 보건, 의료 부문의 현 실태를 전면적이고도 과학적으로 허심하게 분석 평가하고 자기 나라 수도에 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고 언급했다.

역대 최대규모의 종합병원 건설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낙후된 의료보건 실태를 인정한 셈이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핵 협상이 결렬 이후 자력갱생으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음을 대외적으로 과시해야 했고, 대내적으로는 당 창건 75주년에 맞춰 김 위원장의 치적을 선전할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류경치과병원, 류경안과종합병원, 옥류아동병원 등 전문병원 개원으로 애민 리더십 선전에 효과를 거둔 바 있기에 코로나 시기에 맞춰 수도 평양에 현대적인 대규모 종합병원을 서둘러 개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착공식에서 “당중앙은 올해에 계획되었던 많은 건설 사업들을 뒤로 미루고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당 창건 75돐(돌)을 맞으면 완공해야 할 중요 대상으로 규정하고 지난 2개월 남짓한 기간에 부지선정부터 설계와 건설역량 편성, 자재 보장 문제까지 공사를 최단기간 내에 완공하기 위해 준비사업을 각방으로 추진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지선정과 설계 등 건설 기초 작업부터 완공까지 9개월 만에 끝내라는 1호 비준 과업이 하달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에 포진돼 있던 건설 인력들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에 집중 투입됐지만, 여전히 개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 군 건설 노력을 당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건물 짓는 일만큼은 계획대로 끝냈지만 의료 장비들을 들여다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의료 기구는 입원 침대나 간단한 수술 도구 등 기초 수준의 용품들뿐이고 사실상 모든 의료 장비들은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수입 과정은 물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의사 출신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0년 초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발생하면서 급하게 현대식 종합병원을 건설하겠다고 들고나왔지만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설비 수입에 투자할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내 과업에서 평양종합병원이 후순위로 밀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도 “건설은 북한이 가장 잘하는 부분이고 빨리 완성할 수 있는 사업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에 평양종합병원 개원 계획이 좌절된 이후에 대내적으로 당의 숙원사업 우선순위를 단순 건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재나 설비 수입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농촌 살림집, 온실농장 등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 당국은 평양종합병원 개원 시기와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전체 건물에 의료시설을 완비하고 개원하는 것은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주요 병동 내 한 개 과(科)만이라도 설비를 제대로 마련해 우선 문을 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소식통은 “평양종합병원은 원수님(김 위원장) 혁명영도 10년 기간에 보건의료부문에서 이룩하신 가장 높은 경지의 최고전당격 종합병원인데 일반 중앙병원과는 달라야 한다는 판단이 있다”며 “당 탑 앞에 부지를 우정(일부러) 잡아주신 만큼 당의 보건정책이 인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최상의 시설을 갖춘 종합병원을 통해 증명돼야 하지만, 아직은 이를 증명할 수 없는 한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