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분 ‘사교육 열풍’…자식 출세 위해 단속도 불사?

[북한 비화] 돈 있는 학부모들, 중앙대학 학생 데려다 친척으로 위장해 자녀 과외시켜

신의주시 신비초급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공부를 잘해야 간부로 발탁돼 가문을 살릴 수 있다’고 여긴 신의주시 학부모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사교육 열풍이 고조되고 있던 2022년 1월, 평안북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이하 연합지휘부)는 겨울방학 기간 가정교사를 고용해 자녀들을 사교육 시키는 행태를 가장 엄중한 범죄로 규정하고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실제 도 연합지휘부는 ‘가정교사를 쓰는 행위는 분명한 자본주의 행위’라면서 겨울방학 동안의 사교육을 단호히 근절할 것을 선포했다. 사교육 초토화를 명목으로 2022년 첫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소탕전이 전개된 것이었다.

당시 북한은 국가적 방역 조치로 개인의 도시 간 이동을 통제하고 있었으나, 고향이 지방에 있는 평양 중앙대학 학생들만큼은 예외적으로 방학에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허가했다.

1월은 소학교, 초·고급중학교 학생들도 쉬는 기간이라 신의주시 학부모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고향 신의주시로 내려온 평양의 중앙대학 학생들을 데려다 자녀들의 단기 과외를 시키려 했고, 중앙대학 학생들도 이를 힘들지 않게 돈 벌 기회로 생각했다.

하지만 도 연합지휘부가 이를 가만 놔둘 리 만무했다. 사교육이 활개치는 시기가 방학 때라는 것을 이미 간파한 도 연합지휘부는 신의주시 간부, 돈주 등 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은 대상들을 중심으로 단속 활동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관문동에 거주하는 40대 지방공장 간부 남편과 돈데꼬(환전상) 아내가 시범껨(본보기 처벌)으로 걸려들었다.

이 부부는 방학을 맞아 고향 신의주로 내려온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학생을 사촌 동생이라 속이고 내내 자신들의 집에 머물게 하면서 중학생 아들의 선행 학습을 돕는 가정교사로 쓰고 있던 것이 들통나 붙잡혔다.

결국 이 부부는 신의주시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새해 첫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공개 투쟁 무대에 세워져 망신당했고, 이들에게 고용된 김일성대 학생도 대학 당위원회의 추궁을 면치 못했다.

당시 도 연합지휘부의 한 일꾼은 공개 투쟁 무대에 올려진 이 부부를 교양하면서 “먹는 문제를 걱정하면서 근근이 가정을 유지해 가는 우리 도(평안북도)의 다른 시, 군에서는 ‘신의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다’, ‘신의주는 이미 자본주의화가 다 됐다’고 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 연합지휘부는 이 공개 투쟁을 통해 가정교사 고용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교육 바람이 든 학부모들에게 경고장을 날렸지만, 돈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킬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면서 더 은밀하게 움직였다.

학부모들은 최대한 비밀리에 가정교사를 고용하고 먼 친척뻘 되는 삼촌, 이모로 위장해 방학 기간 집에 놀러 온 것처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녀들을 가정교사 집에 보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했다.

그러자 도 연합지휘부는 겨울방학 기간 대학생들이 가정교사로 일하며 돈을 벌다 적발되면 그 당사자가 속한 정치조직에 통보해 퇴학 처리하고 그를 가정교사로 고용한 학부모는 즉시 체포해 법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도 당위원회까지 합세해 ‘가정교사 행위는 사회주의 체제인 우리나라에서 잘 살고 못 사는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만들어내 나아가서는 사회 전반을 좀 먹는 행위’라면서 당적으로도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의주시의 돈 있는 학부모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 것을 훔친 것도 아니고 내 권력과 재력으로 내 자식에게 가정교사를 붙이는 것인데 웬 반동 취급인가”, “공개적으로 가정교사를 통제하면 비공개적인 가정교사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하며 코웃음 쳤다.

자녀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인들 못 할까 싶은 학부모들에 사교육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