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총참모부가 전군에 긴급 전신 명령을 하달해 동기훈련 기간 군민(軍民)관계 훼손 현상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이는 최근 리제순군관학교 학생 5명을 태운 트럭 한 대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연관돼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일 자강도 성간군에서 야외 전술 훈련 중이던 리제순군관학교 학생 한 명이 갑자기 정신을 잃어 같은 조로 묶여 있던 4명의 학생이 구봉령을 지나던 트럭을 급히 세웠으나, 트럭이 서지 않자 운전석으로 와락 달려들어 사민 운전수(운전사)를 두들겨 패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환자와 학생 등 5명을 싣고가게 된 운전수는 폭행당해 피범벅이 된 채로 운전하다 분을 못 이겨 ‘이럴 바에는 다 죽자’며 벼랑 아래로 차를 몰아 당시 차에 타고 있던 이들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마침 구봉령을 지나다 해당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신고해 도 안전국이 즉각 출동해 조사를 벌였으며, 이를 통해 사고 차량은 성간 11호 공장 소속으로 밝혀졌다.
도 안전국은 이 같은 현장 조사 결과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번 사건 경위를 정리해 도에 보고했고, 자강도 당군사위원회는 당중앙군사위원회에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당중앙군사위원회가 동기훈련 기간 군민 관계 훼손 문제를 심각히 다룰 것을 지시하면서 총참모부는 4일 오전 전군에 이와 관련한 긴급 전신 명령을 하달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총참모부는 긴급 전신 명령 내용에서 전군 부대들에서 야외 전술 훈련 기간에 군민 관계 훼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할 것과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현장 군사 지휘관과 정치책임자, 당사자를 추궁하며 엄중한 경우 노동연대에 보내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자강도 당군사위원회는 ‘일반적으로 군 기통수들이 요청하면 사민 운전수들이 차를 세워 태워주는 것이 관례인데, 일단 이번 사건에서 차를 세워달라 요구한 이들이 기통수도 아니었고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무작정 달려들지 말고 환자가 있다고 먼저 설명했다면 차를 안 세웠겠느냐’며 리제순군관학교에 학생 통제를 잘하라고 경고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리제순군관학교 측과 군관 가족들은 이에 불만을 표하며 사망한 트럭 운전수를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군관학교와 군관 사택 가족들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학생들이 다 20대 초반인데 사민 운전수가 벼랑으로 모는 통에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면서 운전수가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한 것은 비난 대상이 안 되고 군관학교 학생들의 문제로 보는 것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리제순군관학교는 국경경비대 군관을 양성하는 전문 군사학교로, 지난 1999~2000년 평양시 룡성구역 림원동에서 자강도 강계시 석현동으로 소재지를 이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