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에 고생하는 北 주민들…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

[인터뷰] 국가에서는 '자력갱생' 외치기만…공공시설 난방시설 보수도 개인 돈 걷어 해결하려 해

북한 농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을 높이 받들고 청단군의 일군들과 농업근로자들이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펼쳐놓을 만만한 뱃심으로 농사 준비를 다그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주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면서 북한에도 영하 20~30도를 넘나드는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경제난 여파로 겨울나기 용품도 방한 대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북한 주민들에게 이번 한파는 더욱 매섭게 다가왔다.

실제 구멍탄(연탄)과 같은 난방 연료를 구하지 못해 나무를 하러 산에 올랐다가 동상을 입은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들은 기록적 한파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당국의 지원은 전혀 없었으며 오로지 ‘자력갱생’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히려 북한은 우상화 시설물 난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고 동상, 도로 등에 쌓인 눈을 치우는데 주민들을 동원했다는 전언이다. 매년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주민들은 당국의 지원을 기대조차 안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데일리NK는 그 어느 때보다 춥고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 3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실정을 들여다봤다.

다음은 북한 주민들과의 일문일답

-지난주 역대급 한파가 몰아쳤다. 주민들이 이번 한파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하다.

양강도 주민(이하 A): 많은 주민이 동상을 입어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이후로 벌이가 안 돼 겨울을 나려면 죽으나 사나 산에 가서 땔감을 해와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 후로는 6시부터 다니지 못하게 통제해 산에서 힘들게 한 나무나 나뭇가지를 가지고 오다가 단속되면 몰수 당한다. 이 때문에 땔감 해오는 일이 1박 2일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하룻밤을 자고 오는 것보다 도시락 준비가 문제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 도시락을 하나씩만 준비하고 아침은 각자 집에서 먹고 떠난다. 이 때문에 집에 올 때쯤이면 다들 허기지고 동상에 걸려 시체가 돼 온다. 허기진 사람들은 집에 오면 된장 물을 풀어 마시는 것으로 해결하긴 하나 동상을 심하게 입은 사람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다. 코로나 후에는 동상에 바르는 약을 사려 해도 돈이 없어 사지도 못한다.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이다.

평안북도 주민(이하 B): 사람들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모두 집에만 있었다. 평소에 구멍탄 두 대 때면 되던 것을 지난주에는 6장을 땠다. 어떤 집은 7~8장 땐 집도 있다.

자강도 주민(이하 C): 3일 동안 아이들 부녀자들 모두 집에 있게 포치해서 집에 불 때고 나가지도 않았다. 밖에 변소가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 옷을 껴입고 나가도 변소 볼 때 추우니 바께쯔(양동이)를 신발 벗는데 들여다 놓고 소변을 보고 대변만 나가서 볼 정도였다.

-방한 장비는 충분한가.

A: 방한 준비는 대체로 초겨울에 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생활이 어려워 코로나 전처럼 구석구석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 장치를 하지 못하고 큰바람이나 막을 수 있는 정도로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출입문에 담요 같은 것을 치는 정도다.

B: 충분하다. 부족하지 않다.

C: 부족하다. 집도 문제, 나도 문제인데 지난주 출근해서 직장 눈치기(눈 치우기)하고 얼음 까고(깨고) 수도관 녹이기 전투만 했다.

-난방 문제는 어떤가.

A: 시내(도시)에서 생활이 괜찮은 집들은 겨울 잡히기 전에 겨울 땔나무를 준비하기 때문에 따뜻하게 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세대들은 하루 번 돈으로 쌀과 나무를 해결하는데 아침과 저녁에 밥을 지으면서 버티고 있다.

B: 공시설 난방은 반은 보일라(보일러)로 하고 반은 석탄이나 나무 철통 난로로 한다. 난방 설비가 부족하지는 않은데 난로가 다 터졌다. 개인들이 돈을 모아 관이나 용접봉을 보장하면 그때나 보수 가능하다고 해 난리가 났다.

C: 혁명역사연구실, 회관 난방이 다 터져서 공사 중이다. 집들은 다 장작을 때거나 탄을 때서 문제는 없다. 우물이 안 얼어버린 게 다행이다.

-한파에 피해를 본 주민들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조치는 있나.

A: 옛날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나라가 도와준다는 건 꿈같은 소리다.

B: 없다. 인민반에서 구멍탄 열 장씩 모았다.

C: 나라에서는 그저 자력갱생하라고 한다.

-한파 대책과 관련해 내려온 포치가 내려온 게 있나.

A: 포치라는 게 날씨가 추워지면서 감기 환자가 늘어나니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것밖에 없다.

B: 세대주들이 본인 가족을 책임지고 건사 잘하고 동상 사고 나지 않게 하라는 포치가 내려졌다. 또 혁명역사연구실 난방 보장 사업을 단위, 지역별 특성에 맞게 철저히 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게 하라고 했다.

C: 방학 기간에 7살부터 10살 아이들을 불필요하게 학교에 불러내거나 동원하지 말고 집에 머물게 하라고 했다. 그 이상 나이 아이들은 학교와 마을 도로, 동상, 현지지도 사적비 등 눈치기 작업에 동원했는데 담임선생들이 아이들 동상에 걸리지 않게 잘 관리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