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中 내 탈북민들… “신분증 없어 백신접종 못 받아”

코로나로 앓다가 사망하기도…탈북민들 “신분 없는 서러움 뼈저리게 느낀다”며 처지 비관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맞은편에는 북한 양강도 풍서군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중국 내 탈북민들이 심각한 코로나19 증세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중국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중국에 사는 탈북민들은 코로나19 감염됐어도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민들은 코로나 발생 이후 현재까지 백신을 단 한 번도 접종받지 못했다. 중국에서 백신을 맞으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하는데 탈북민들은 신분증이 없어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농촌에 사는 탈북민들은 코로나19 자가검진 키트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실제 중국에 사는 한 탈북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탈북민)는 코로나에 걸려도 검사를 받을 수 없어 감기약이나 먹는 정도”라며 “백신접종 증명서가 없이는 어디를 다니지 못하는데 신분증이 없어 백신접종을 받을 생각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도 “중국에서 자식을 낳고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신분증이 없다”며 “지난 3년 동안 백신접종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코로나에 걸리면 집에서 그냥 앓아야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 사태 후 한국행을 갈망하는 중국 내 탈북민들이 증가했고, 실제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현재까지 감옥생활을 하는 탈북민들도 여럿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일부 중국 내 탈북민들은 “신분이 없는 서러움을 요즘에 뼈저리게 느낀다”, “이렇게 살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탈북민들은 백신접종을 한 번도 받지 못해서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코로나 증상이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며 “코로나 증상을 보이며 앓다가 사망한 탈북민들도 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본 다른 탈북민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