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돈 더 내라고?”…위안화 환율 급등에 우는 北주민들

소식통 "돈 빌려준 사람들 위안화 가치 하락 피해액 돈 빌린 사람에게 떠넘기려 해"

지난해 5월 초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살림집 모습. /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최근 갑작스럽게 오른 원·위안화 환율로 인해 돈을 빌려준 채권자와 돈을 빌린 채무자 사이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최근 회령시에서 일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원·위안화 환율이 돈을 빌리던 당시보다 오르면서 채권자들이 현재 오른 가격으로 돈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에서 이달 초까지만 해도 900원으로 거래되던 원·위안화 환율이 이달 중순부터 오름세를 보이더니 29일 현재 1155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원·위안화 환율이 500원 선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800원대로 올랐고 최근 다시 1155원까지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원·위안화 환율이 800원대에서 1155원으로 30% 이상 상승하면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환율이 상승하면서 중국 위안화 기준대로 북한 돈을 더 내라고 하니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이처럼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자신의 수중에 떨어지는 중국 돈이 적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빌린 사람들에게 그 차액을 떠넘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회령시의 한 주민은 지난 2월부터 160만 원(북한 돈)을 빌려 매달 이자만 지불하고 현재까지 원금은 밑돈으로 굴리다가 연말이라 최근 빌렸던 돈을 돌려주려다가 채권자와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현재 오른 원·위안화 환율대로 계산하면 160만 원이 231만 원됐다는 게 채권자의 주장이었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71만 원이라는 돈을 더 줘야 하기 때문에 바로 신경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채무자는 “중국 돈으로 거래한 것도 아니고 인제 와서 환율을 걸고 들며 오른 시세대로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회령시의 또 다른 주민도 이 같은 일로 채권자와의 싸움이 벌어져 안전부까지 불려가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는 환율이 850위안 당시 200만 원을 빌려 공업품 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오다가 지난 23일 돈을 빌려준 사람이 찾아와 ‘환율이 올랐으니 원금 271만 원을 물라’고 하면서 서로 옥신각신하다 둘 사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져 안전부에 끌려가 비판서까지 쓰고 ‘이제 다시 소란을 피우면 노동단련대로 보내질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 정확한 계약 없이 돈거래가 이뤄지면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말이다.

아울러 외화를 빌려 북한 돈으로 장사를 하던 사람들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건은 오른 환율에 맞춰 팔지 못했는데 현재 오른 환율로 돈을 환전해 빌린 원금을 맞추려면 100위안당 북한 돈 3만 5000원 이상의 돈을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 돈으로 거래했다는 점에서 오른 환율에 따른 차액은 빌린 사람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원·위안화 환율 상승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기고 있지만, 그 과정에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적지 않으며 그들 대부분이 돈 없는 사람들이다”면서 “때문에 이들은 더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게 되고 빚더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