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난 맞닥뜨린 20대 청년, 제대 두 달 만에 극단적 선택

제대 후 꽃제비 생활 맞먹는 어려움 직면…청년이 스스로 목숨 끊자 민심도 '흉흉'

북한 압록강 삭주군 평안북도 트럭 살림집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제대군인인 20대 남성이 생계난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삭주군에서 2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제대 후 혹독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대군인인 20대 최모 씨는 지난 9월 말 군 복무를 마치고 신의주 제2사범대학에 추천받아 집으로 돌아왔으나 꽃제비 생활에 맞먹는 어려운 집안 형편을 맞닥뜨렸다.

최 씨의 집안 형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최 씨의 아버지가 위암에 걸리면서 급격히 가세가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최 씨의 어머니는 남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집까지 팔았는데 결국 지난 6월 중순 남편이 사망해 남의 집에 동거로 들어갔다”며 “이런 사연을 모른 채 군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최 씨는 제대 첫날부터 가장 역할을 해야 했고 당장 쌀 1kg라도 벌기 위해 구멍탄 찍어주기 등 남의 집 일을 해주며 생계유지에 발 벗고 나섰다”고 말했다.

졸지에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 최 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 친인척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쳤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내가 사는 의미도 없고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제대 두 달 만에 처지 비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소식통은 “군 복무를 하고 돌아온 최 씨에게 남은 것은 당원증 하나인데 그것이 밥을 먹여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남의 집에서 동거하면서 밥 한술 뜨기 어려울 정도의 생활난을 겪다 보니 절망감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씨의 사연이 주변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청년들 속에서는 군 복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군사 복무하는 우리나라(북한) 군인들은 값비싼 청춘을 군에 바치지만, 힘없는 집 자식들에게 차례지는 것은 결국 어려운 생활뿐”이라면서 “이번 죽음에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으로 군 복무를 기피하려는 분위기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젊은이들이 군 복무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국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