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국경 보위원들, 송금 브로커에 노골적으로 돈 요구

현금 있는 송금 브로커들에 접근…거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 입을까 불안감 호소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보위원들이 송금 브로커들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요즘 혜산시 보위원들이 송금 브로커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며 “생활난과 소속 기관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체면도 챙기지 않고 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 보위원들은 탈북민 가족 등에게 돈을 이관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송금 브로커들을 상대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 겨울나기 준비에 돈이 필요하다거나 소속 부서에 돈을 바쳐야 한다면서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혜산시 보위부는 각 부서에 각종 명목으로 매일과 같이 돈을 바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야 하는 보위원들의 입장에서 말을 못해 그러지 우리나라(북한)에서 세외부담이 가장 많이 부과되는 기관이 모르긴 몰라도 보위부일 것”이라면서 “특히 국경 지역 보위원들은 밀수가 가능했던 시절 그대로 거의 매일이다시피 엄청난 숙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위원들은 돈을 바치라는 지시를 집행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자질이나 능력이 평가되고 간부사업(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돈이 나올만한 사람이면 그가 누구든 상관없이 돈을 꿔달라고 조르거나 위협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한 양강도에서 보위원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상은 주로 현금을 가지고 있는 돈주나 송금브로커들이다.

그러나 송금 브로커들의 경우 보위원들에게 돈을 꿔줬다가 돈도 받지 못하고 괜히 피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에 “손을 뗀 지 오래다”, “국경이 막힌 지 언제인데 우리한테 무슨 돈이 있겠느냐”며 보위원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송금 브로커들은 무슨 일이 발생하면 나 몰라라 외면하는 보위원들의 수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들에게 돈을 꿔주지 않으려 한다”며 “특히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에 닥치는 대로 마구 단속해 못살게 굴던 보위원들이 이제 와 돈을 꿔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철면피한 행동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식통은 “요즘은 돈을 이관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벌이가 안 되는데 보위원들은 전과 똑같은 금액의 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송금 브로커들은 ‘요즘처럼 벌이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보위부가 아니라 조상이 와서 달래도 줄 돈이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송금 브로커들은 보위원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함에 떨고 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가택수색을 당해 돈은 돈대로 뜯기고 사람은 사람대로 잡혀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