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통행금지 시간 어기면 단련대 처벌…주민들 ‘불편’ 호소

회령서 약 한달 간 주민 30여명 단련대 끌려가…"사는 이곳이 나라인지 감옥인지 모르겠다" 토로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북한이 국경 지역에서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주민들에게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조성된 정세’에 맞게 국경 지역 주민들에 대한 강도 높은 감시와 통제를 지속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 국경 지역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저녁 6시 이후 야간통행이 금지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주민 30여 명이 이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어겼다는 이유로 시 안전부에 단속 돼 단련대 처벌을 받았다.

처벌을 받은 주민들은 대부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저녁 6시 이후까지 장마당이나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던 주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회안전성은 지난달 24일 저녁 국경 지역에서의 야간통행금지 시간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대상들을 법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에 국경 지역 안전부들이 주민들의 야간통행에 대한 통제와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 지역에서의 야간통행금지는 2년가량 이어져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회안전성은 지난 2020년 8월 북부 국경 지역의 야간통행금지에 관한 내용이 담긴 포고문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안전성은 포고문을 통해 하절기인 4~9월은 2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동절기인 10~3월은 18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로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밝혔다.

포고문대로라면 동절기에 들어서는 이달 1일부터 야간통행금지 시간이 조정돼야 하지만, 회령시 국경 지역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동절기 야간통행금지 시간이 적용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그전에는 통행금지 시간을 어겨 단속되면 담배나 현금으로 무마할 수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난달 25일부터는 안전부가 이유를 불문하고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어겨 단속된 대상들을 현장에서 곧바로 단련대로 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경 지역 주민들은 야간통행금지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에 조그마한 뙈기밭을 조성해 농사를 지은 주민들이 가을걷이하다 보면 저녁 6시 통행금지 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은데, 단속되면 단련대 처벌을 받으니 주민들이 아예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 산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3일 회령시 유선동의 한 주민은 한 해 땀 흘려 가꾼 농산물을 거둬들이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귀가하지 못하고 산에서 밤을 새웠다는 것이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야간통행금지 조치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해도 가을걷이를 끝내기가 쉽지 않은데, 통행 시간을 제한해 놓으니 그 불편함을 무슨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사태 후 주민들은 모든 어려움을 인내하고 국가의 방역 정책에 순응해왔지만, 지금의 행태를 보면 방역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내가 사는 이곳이 나라인지 감옥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