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관리사업에 쓸 횟가루 사라져…식량과 맞바꾸려 훔쳤다

삼수군 "횟가루는 국가재산"이라며 심중히 다루겠다 경고…주민들 "얼마나 힘들었으면..."

북한 양강도 삼수군의 한 뙈기밭에 ‘죽어도 살아도 내나라, 내 민족을 위하여!’라는 구호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양강도 삼수군에서 국토관리사업으로 읍들에 나눠준 횟가루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삼수군에서는 국토관리사업으로 가을한(추수한) 땅에 뿌리거나 건물 도색에 쓸 횟가루를 읍들에 나눠주었는데 밖에 쌓아놓은 것을 주변 주민들이나 농장원들이 몰래 다 훔쳐가 문제로 되고 있다”면서 “군에서는 이를 국가재산탐오죄로 신중히 다룰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삼수군은 앞서 가을철 국토관리사업을 진행할 목적으로 협동농장들과 기업소, 학교, 인민반들에 횟가루를 나눠줬는데, 주민들이 이를 몰래 도둑질해 강냉이(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으로 바꿔 먹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현재 횟가루가 다 사라져 도로, 건물들을 비롯한 가을철 국토관리사업을 제대로 할 형편이 되지 못해 모든 농장과 기업소, 학교, 인민반들에서 자체적으로 횟가루를 구해 국토관리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결국 군에서는 각 단위에서 자체로 횟가루를 구해서라도 당장 가을철 국토관리사업에 돌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다만 군의 모든 농장과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횟가루마저 구하기 어려워 국토관리사업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 비관하고 있고, 특히 가을을 하고 난 땅에 칠 횟가루는 아무리 타산해도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군에서는 주민들의 횟가루 도둑질 문제를 심중히 다룰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 군은 횟가루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는 개인 재산이 아니고 국가재산이라면서 횟가루가 사라진 모든 단위에서 철저히 단속하고 훔쳐 간 이들을 자수하게 하라고 포치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군은 횟가루 한 삽, 한 소랭이(대야)쯤이야 하고 훔쳐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행위 하나에서부터 나라는 안중에 없고 자기만 배부르고 편하면 된다는 개인주의 사상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뿌리를 들겠다고 나섰다”며 “모두가 국가재산의 주인이 돼 이와 같은 현상이 더는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난 시기에는 횟가루를 몰래 가져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주민들의 생활이 너무 어렵다 보니 횟가루마저 다 훔쳐간 것”이라며 “얼마나 힘들었으면 횟가루를 강냉이로 바꿔 먹겠느냐”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