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원서 불순녹화물 시청·유포한 20여 명 공개재판 회부

집중 조명된 사리원공업대학 학생들에 15년형 선고… "외부문화 단속 더 강화될 것으로 보여"

CD, USB, SD카드. /사진=데일리NK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불순녹화물을 시청하거나 유포한 20여 명이 공개재판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3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3일 사리원시 경기장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노래 등을 보고 듣거나 이를 유통, 판매한 20여 명이 공개재판에 부쳐졌다.

공개재판에 넘겨진 20여 명 중에는 사리원공업대학 학생 2명,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 학생 5명, 리계순사리원제1사범대학 학생 4명 등 대학생들과 고급중학교 학생 2명 등이 포함돼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번 공개재판은 당일 오전 10부터 시작해 12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재판에는 사리원 시안의 대학생들과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사회자는 우선 당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일 데 대한 방침과 지시가 내려지고 있음에도 이들이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불법적이고 퇴폐적인 한국 영화나 음악을 입력시켜 보다가 법기관에 적발됐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문제시된 사리원공업대학 학생들이 이미 법적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USB와 SD카드에 수백여 건의 불순녹화물을 복사해 시중에 유통, 판매했다는 것을 엄중하게 다루면서 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고 한다.

실제 이번 재판에 넘겨진 사리원공업대학 학생들은 학비를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년간 USB와 SD카드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 음악 편집물(뮤직비디오) 등을 불법적으로 복사하고 10대 미성년자들을 시켜 대성장마당과 구천장마당 등 시중에 유통,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사리원공업대학 학생들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불순녹화물 유통 및 판매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그 외 한국 영화 등을 시청한 것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7~10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남조선(남한)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남조선 문화가 반영된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유입, 유포한 자는 정상에 따라 5년부터 15년까지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한편 재판은 청년들 속에서 조직과 집단을 속여가며 불순녹화물을 시청하거나 유포시키다 적발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다시는 소생할 수 없는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으름장으로 마무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정부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저조하게 하지 말라는 지시를 계속 내리고 있는 만큼 남조선 영화나 음악과 같은 외부문화에 대한 단속과 총화 사업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주부터 사리원시 교육기관들에 대한 82연합지휘부(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의 집중검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