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는 세대 많다” 운흥군 보고에 도당 긴급 실태조사

도당 일꾼들 손잡고 울먹이며 어려움 호소…시장가보다 싸게 옥수수 공급하는 대책 마련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산 중턱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문구가 내걸려 있다. /사진=데일리NK

양강도 당위원회가 올해 도내에서 절량세대, 굶어 죽은 세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 운흥군에 대한 긴급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도당은 고도가 높은 지역인 운흥군에서 올해 절량세대가 가장 많이 나오고 굶어 죽은 세대도 많았다는 제의서(보고서)를 받고 도당 일꾼들을 파견해 긴급히 요해 사업에 들어갔으며 시급한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산지대인 운흥군은 예부터 농사가 잘 안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도당 조사 결과 올해는 주민들이 씨 붙임을 준비할 처지도 안 돼 땅이 남아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당이 앞서 7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운흥군 주민들의 생활 실태를 조사한 데 따르면 하루 세 끼를 먹는 세대는 몇 세대가 안 되고 쌀을 먹어본 지도 오래인 주민 세대들도 많은 데다 거의 모든 세대가 지난해 가을부터 굶다시피 살고 있는 형편으로 파악됐다.

실제 운흥군의 주민들은 요해 사업에 나선 도당 일꾼들의 손을 잡고 “올해 들어 밥을 먹어 본 게 3~4번 정도인데 그것도 집에서 먹은 것이 아니고 외부 공장이나 기업소 건설 공사장에서 일하고 얻어먹은 것이다. 자식들이 집에서 굶고 있다는 생각에 그것조차도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은 또 도당 일꾼들과의 개별담화에서 “묵은 땅이 왜 있는 줄 아는가. 씨앗도 다 먹어 치워서 땅이 묵은 것”이라며 “올해는 다 지나갔고 내년 봄 씨붙임 전에 당에서 씨앗이라도 국정 가격으로 팔아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특히 주민들은 “열이 나서 아프고 죽어가면서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데 도당에서 제발 외면하지 말고 우리를 살려달라”며 거듭 도움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밖에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운흥군 읍 소학교들에 대한 우유 공급이 올해 초부터 끊겼고, 아이들이 집에서 먹지 못한 상태로 학교에 나오는 형편이라 학교가 학부모들을 동원해 적은 돈이라도 모아 멀건 비지국을 끓여 먹였다는 사실도 알려지게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도당 일꾼들은 심지어 운흥군의 기관 책임자들, 간부들의 집도 예고 없이 찾아가 그들의 생활 형편도 둘러봤는데, 이들마저 말 못 할 정도로 쪼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기막힌 현실에 한숨을 내쉬며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도당은 운흥군뿐만 아니라 환경이 비슷한 보천군 등의 주민 생활도 어려울 것이 뻔한데 보고를 안 하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들에 대한 요해 사업도 진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당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 운흥군 주민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면서 대책 마련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도안의 다른 군들에서 수확된 올강냉이를 수매 받아 절량세대에 시장 가격보다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세웠다고 한다.

소식통은 “운흥군과 그 주변의 고산지대 농사는 올해도 제대로 되지 못했는데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까 봐 일꾼들은 속앓이하고 있고 주민들은 더 말할 것 없이 희망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