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이변에 북한 평안남도의 적잖은 농장들이 농작물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봄부터 시작된 이상 기후에 올가을 농작물 수확량이 예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 농촌경영위원회가 최근 도내 농장들을 실사하러 다니면서 농작물 피해 상황을 공식적으로 조사한 결과 숙천군과 평원군, 문덕군, 개천시 등 협동농장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상 기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리와 밀의 수확량이 현저히 낮았던 것은 물론 수확이 최근에 완료된 감자밭의 경우 풀만 무성히 자라고 있고 풀 사이로 썩은 감자들이 나뒹굴고 있다는 전언이다.
감자가 제대로 수확됐다면 감자밭에 풀이 없이 흙만 일궈진 모습이어야 하지만 가뭄과 폭염, 폭우로 작물이 생육하지 못해 수확을 포기한 밭도 적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개천시의 한 농장의 경우 지난달 초 3200평의 밭에서 수확한 감자가 120kg도 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감자 작황이 좋은 해에는 1정보(3000평)당 10톤의 감자가 수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상 기후로 인해 감자 수확량이 평년보다 훨씬 적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김덕훈 내각 총리는 최근 평안남도 지역을 현지 시찰하고 이상 기후에 의한 농작물 생육 부진 및 피해 사실을 공식화했다.
지난 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리는 평안남도 영농실태를 살펴보면서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릴 데 대한 당정책을 철저히 관철하자면 재해성 이상 기후 현상을 기정사실화하고 농작물들을 안전하면서도 조기에 튼튼히 자래울(기를) 수 있는 선진 영농 방법들을 적극 받아들이며 비배 관리와 영양 관리를 과학기술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3월부터 봄장마가 시작됐고 이른 폭염으로 농작물의 생육이 불량한데다 6월 말부터 하루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지속되고 있어 자라지 못한 작물이 빗물에 썩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더욱이 8월과 9월에도 큰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벼농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8~9월이 벼의 생육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8~9월 폭우 대책을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못해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농장이 많아진다면 올가을 곡물 수확량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은 “8월이면 벼꽃이 피고 알곡이 맺히는 시기인데 지금 폭우가 내리면 벼 이삭이 영글지 못한다”며 “폭우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 올가을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