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0명’이라며 이동통제 강화하는 北…방역정책 ‘아이러니’

“격리하고 있는 집 많은데 유열자 없다고 발표…통계 이중으로 관리하는 듯” 주민들도 갸웃

북한 양강도 혜산 지역에 설치된 ‘방역 초소’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며칠째 매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심되는 발열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당국이 대외적으로 ‘코로나 해소’를 발표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방역 통제를 강화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29일부터 신규 발열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하고 있다. 북한 매체의 발표 내용만 보면 북한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 환자 없이 완쾌자만 증가하는 코로나 해소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 같은 흐름에서 내부 주민들의 이동통제는 여전히 완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여행증명서나 출장증명서, 승인번호 또는 방역확인증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통행할 때 필요한 서류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결혼식, 장례식 등 사적인 목적의 이동은 물론이고 특별한 공무 외의 출장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려행(여행)증명서를 신청하려 했는데 안전원이 신청해도 발급 불가하니 아예 신청서도 내지 말라고 하면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행증명서 발급 기관인 인민위원회 2부에 파견돼 있는 안전기관 일꾼들이 주민들의 증명서 신청을 반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양강도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통행증 발급을 제한하면서 신청 자체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해남도 소식통도 “통행증은 신청하지도 말라는 게 최근 지침”이라면서 “유열자(발열자)가 없다고 해서 국가방역체계가 유연해진 것이 아니라 일상과 함께 물 샐 틈 없이 더 강화된 것인데 의도를 모르고 이런 험준한 시기에 사적인 장사나 사정을 앞세워서 유동을 마구하겠다는 것은 국가방역에 파열을 내겠다는 것 아니냐며 신청 자체를 반동으로 몰 기세”라고 전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봉쇄된 구역이 아니라면 도내에서 다른 시나 군으로 이동할 때 공민증만 가지고 이동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주하는 도내에서 다른 시나 군으로 이동할 때는 방역확인증을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또 공무상 긴급한 출장 시에 필요한 출장증명서를 구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각 초소에서 적시된 목적대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재차 확인하고, 이중삼중의 소독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어 통행 검열 시간만 반나절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듯 북한이 연일 발열자가 ‘0명’이라고 발표하고 있음에도 내부 방역 통제를 완화하지 않자 주민들 사이에서도 당국의 방역 통계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앞집, 옆집 온 동네에 열난다고 격리하고 있는 집이 많은데 국가에서는 유열자가 없다고 발표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통계를 이중으로 관리하는 것 같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중앙 간부들이 가정에서 보관하던 의약품을 기부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신규 발열자를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실제 황해북도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직접 약을 보내주셨으니 그 약으로 인민들이 건강해졌다고 보고해야 간부들 목이 달아나지 않는다”며 “사람이 죽어나가든 말든 나라의 모든 부분이 정치사업대로 움직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