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북민 맹비난 강연회 진행…대북 전단에 위기감 느꼈나

"코로나 묻힌 적지물자 들여보내" 악선전…주민 상당수는 원색적 비난에 호응하지 않아

2016년 9월 경기도 파주시 낙하IC 인근에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살포한 풍선이 터지면서 대북 전단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

최근 북한이 국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와 관련해 탈북민들을 맹비난하는 내용의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1일 회령시 보위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탈북자들은 민족의 반역자이며 쓰레기”라며 탈북민들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내용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날 시 보위부는 탈북민들을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민족의 반역자들’, ‘자기를 키워준 당의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하고 한심한 인간 추물들’,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앞잡이가 돼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고 온갖 모략 책동을 벌이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쓰레기들’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 보위부는 이번 강연회에서 “조국을 배반하고 남조선(남한)으로 도주한 탈북자들이 최근 우리 공화국을 헐뜯는 삐라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를 묻힌 적지물자를 들여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코로나19 유입 경로를 조사한 결과 남북 접경 지역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최초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포리에서 군인과 유치원생이 ‘색다른 물건’과 접촉했다면서 사실상 남측으로부터 유입된 대북 전단 등 물품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에는 대북 전단 등 남한에서 유입된 물품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당국은 전단을 만지면 속이 썩는다거나 남한에서 날아온 음식을 먹으면 입이 부르트거나 곪는다는 등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의도적인 악선전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에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대북 전단 등 물품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사태로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으면서는 ‘적지물자라도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북한은 탈북민 단체가 보내는 대북 전단 등 물품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탈북민들을 거친 표현으로 거세게 비난하는 등 사상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민 상당수는 탈북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맹목적인 비난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번 강연회에 참가한 회령시의 한 주민은 “요즘 먹고 사는 게 너무 어렵다.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아프고 배고픈 사람이 무엇을 가리겠나. 아랫동네(남한)로 간 사람들이 우리나라(북한)의 어려운 실정을 알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과 물건을 보내주고 있다는데 그게 뭐가 나쁘냐. 나라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걸 그 사람들이 공짜로 해결해주는 것인데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드러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정부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어도 남조선에 가족을 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주민들이 더 많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모임 장소에서는 탈북자를 욕하고 뒤돌아서서는 우린 그런 가족이 왜 없냐며 한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