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염색했다가 규찰대에 단속된 여학생들, 매일 불려가 ‘곤욕’

모범이 돼야 할 학급 '열성자'들의 비사회주의 행위라 더욱 문제시…담임 교원까지 불려가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혜화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여학생 5명이 불량한 머리 단장으로 규찰대에 단속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에서 청소년들의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실제 도와 시의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일꾼들로 조직된 규찰대가 학교와 길거리에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을 단속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혜산시 혜화 고급중학교 2학년 여학생 5명이 머리 색을 이유로 길거리에서 규찰대에 단속됐다.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경우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조장한다면서 이를 문제 삼고 있다.

도 청년동맹 일꾼들은 해당 학생들에게 ‘머리 염색을 했느냐’며 따져 묻더니 곧바로 시 청년동맹 규찰대실로 데려가 비판서를 쓰도록 했다.

무엇보다 단속에 걸린 학생들이 학급의 초급단체 위원장을 비롯한 소위 ‘열성자’들로 확인돼 더욱 문제시됐다.

북한 학교에서 열성자들이란 우리나라의 학생회장이나 학급반장, 부반장에 해당하는 학생들로, 공부도 잘하고 통솔력이 좋은 학생이 주로 뽑힌다.

학교생활에서 모범이 돼야 할 열성자들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머리를 염색하거나 이색적인 옷차림으로 단속에 걸려 처벌을 받은 적은 있지만,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머리 염색 문제로 단속되는 일은 드문 일”이라며 “당에서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어린 학생들 속에서도 문제가 드러나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생들은 매일 도 청년동맹에 불려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판서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해당 학생들의 담임 교원도 책임을 피해 가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담임 교원은 한 달간 수업을 할 수 없게 됐으며, 역시 매일 도 교육부에 불려가 비판서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해마다 청소년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학생들 속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은 끊기지 않고 있다”며 “당국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단속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