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 지원 없이 삼중 과제만 부과”…김정은 ‘농촌 부흥’의 실체

생산량 확충-살림집 건설 동원 지시에 불만 고조...소식통 "작업반장 개인 ‘빚’만 늘어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3일 ‘연말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사회주의농촌건설을 위한 강령’에서 힘을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언급된 서해 곡창 황해남도가 “비상히 앙양된 분위기로 세차게 끓어번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새해 정초에 수천톤의 거름을 집중 수송하고 있는 황해남도.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농업 생산량 확충과 동시에 살림집 건설 무조건 동원이라는 비현실적 지시를 하달해 협동농장원 사이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3일 데일리NK 강원도·황해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각 지역 리당위원회와 관리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당·내각 공동 지시가 하달됐다.

즉, 농업 근로자의 사상 의식 제고, 농업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 농촌 생활환경의 근본적 개변 등 3대 목표 달성을 위한 당면 과업을 하달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북한 당국은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농촌발전전략 10년 투쟁 목표 달성을 위한 첫해(2022년) 과업’이라고 명시했다고 한다.

다만 이번에도 체계 혁신보다는 인력 동원에 방점을 뒀다. 몸으로 때우는 북한식(式) 개미력사(役事)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한 농장이 한 개 마을을 맡고 농촌 살림집을 건설하게 하고 농장원들을 하루 2시간씩 무조건 동원하도록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전국의 모든 농촌을 삼지연시 수준의 부유하고 문화적인 이상촌으로 만들기 위한 투쟁 계획’이 협동농장 경영위원회부터 리(里)까지 전부 포치(지시)됐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당국은 생산량 확충도 강조하고 나섰다. 농장 측에 살림집도 짓고 농사도 잘하라는 식으로 2배의 부담을 준 셈이다.

특히 작업반 포전, 농민 개인 경쟁을 붙이겠다는 지시도 빼놓지 않았다. 가을에 살림집 건설 노력 보장, 알곡생산량, 주체사상 일색화 정도를 총화(평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고취할 제도적 개선 조처가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 불만이 크다고 한다. 또한 “농촌 살림집 건설과 생산량 확충을 동시에 하지 못하면 반동(反動)으로 몰릴 판”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특별 조치로 ‘국가 대부 탕감’이 이뤄졌지만, 이 또한 보여주기식 조치 아니었냐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는 국가가 지원해 주는 게 전무한 상황에서 과제만 늘어나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지시가 하달된 이후 작업반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있는 돈주(錢主)나 물주에게 염(개인이 돈이나 물자, 낟알을 빌리는 일)을 빌리는 사태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아무런 보수나 조건 없이 농장원들에게 나오라면 나오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면서 “어쩔 수 없이 작업반장이나 분조장이 쌀이나 돈을 가을에 1.3~1.5배 주기로 약속하고 꾸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지에서는 “국가가 현물세를 모두 없애주면 뭐 하냐” “논밭 갈아엎을 기름값을 비롯해 농민들 일일 공수(公數)를 생활용품이나 낟알로 홀려 영농작업에 겨우 동원 시키는데 살림집 건설에까지 야간 두 시간씩 동원되라니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개인 대부’ 움직임을 파악한 당(黨), 검찰 기관에서는 ‘적발시 전부 무효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개혁이 아닌 재차 공포 분위기만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