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김정일 생일(2·16) 80주년과 김일성 생일(4·15) 110주년을 중심으로 최대 경축 행사를 준비하라고 포치(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기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식 집권 10년’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조직하라는 지시도 하달됐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는 선대(先代) 생일을 맞아 업적을 부각하면서도 이를 현 최고지도자의 정통성을 부각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19일 “당중앙위원회는 최근 전당(全黨), 전군(全軍), 전민(全民)의 열화와 같은 마음을 담아 올해 2월 16일부터 4월 25일까지를 ‘민족최대의 경축기간’으로 정할 데 대한 지시문을 각 조직에 하달했다”고 전했다.
국방성 관련 데일리NK 군 소식통도 같은 날 당중앙위원회 지시문이 인민군당위원회를 통해 조직별로 하달돼 전군에 포치됐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일단 ‘민족최대의 경축기간’은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80주년을 시작으로 김 위원장의 당 제1비서 추대일(4·11)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일(4·13)에 이어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4·25) 130주년 기념일까지다.
이처럼 2달 가량을 경축기간으로 선정한 건 지난 199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김일성 생일 80돌, 김정일 생일 50돌,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100돌이었다. 올해처럼 북한에서 중시하는 정주년(꺾이는 해) 기념일이 뭉쳐있는 해였다.
또한 북한 당국은 당 제1비서 추대 10년도 주목하고 있다. 이를 공식 집권 시작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부친 김정일이 사망한 뒤 같은 달 30일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면서 사실상의 집권을 시작했지만, 당(제1비서)과 정(국방위 제1위원장)의 최고지위에 오르며 공식 출범을 알린 건 이듬해(2012년) 4월이다.
실제 “원수님(김 위원장)을 당, 국가의 최고수위에 높이 모신 지 10년 되는 뜻깊은 올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중앙당은 지시문에서 “경축기간 전국의 당, 정, 군 모든 조직별 경축행사 조직과 선물, 명절 공급부터 각종 사건·사고 방지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총비서 동지에 대한 당성, 충성심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당은 ‘이 기간을 다시는 없을 민족의 경사스러운 대축전장으로 만들기 위해 업적과 위인 칭송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대형 정치 이벤트에 동원시키는 형태로 체제 결속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당국은) 어렵고 힘든 군민을 달래주기보다는 당과 수령을 위해 더 충성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3~4월은 대대적인 영농기간인데, 진짜 전 군민이 피곤하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