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軍보위부 제동?… “비밀사업 용납안돼…黨이 연말 평가하라”

소식통 "'독단적 행태, 단호히 대처' 강조...특수단위 새로운 평가제 신호탄인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조선인민군 제1차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인민군대 내에서 대표적 병폐로 꼽히는 각 부대 보위부의 ‘단위 특수화’에 칼을 빼 들고 나섰다.

양강도 군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지난 20일 군종, 병종, 군단, 사령부급 보위부 내부 전반사업을 부대 정치위원들이 직접 요해(了解‧장악)해 ‘보위부 연말 사업평정서’를 올려보낼 데 대한 인민군당위원회 결정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강원도 군 소식통도 “보위부 연말 사업평정서를 각 부대 정치위원이 직접 평가‧보고하라는 명령에 부대 보위부가 벌둥지”라면서 “특수기관인 보위부에 대해 정치위원이 싹 다 들여다본다는 게 이번 명령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각 군에 중앙 보위국 보고체계와는 별도로 정치부에도 보고‧제출하는 체계를 수립하라는 지시다.

여기서 보위부(중앙 보위국)는 한국의 기무사령부에 해당하는 부대로 군내 감시 임무를 담당한다. 주로 도청 등 비밀 감시에 주력하면서도 실제 체포, 수사까지 수행하는 등 군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

즉 일반 군인은 물론 정치부 군관들의 사상 동향을 비밀리에 수집, 보고, 관리해왔고, ‘수령, 정책, 제도, 대열 보위’라는 최종 목표에 따라 모든 보위부 사업은 비밀 특수 사업으로 처리됐다. 또한 각 부대 내 정보사업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중앙 보위국에 보고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인민군당위원회는 이번 지시문에서 ‘전군에 파견된 정치위원들은 조선노동당의 대표로서 부대의 전반 사업을 책임지며 장악 지도하는 당적 최고 책임 지휘관’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앞으로는 ‘당 정치위원을 통해 군을 관리‧통제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셈이다.

특히 인민군당위원회는 지시문에서 ‘부대 안에 당적 통제를 벗어난 특수단위란 있을 수 없으며, 당적 지도를 떠난 비밀사업이란 더욱이 있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보위부 평가제 개편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군관, 군인 전체의 사상 동향을 감시, 통제 장악하는 보이지 않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보위부에 제동을 걸겠다는 점을 천명한 셈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인민군대 부대들에서 군단장(사령관), 정치위원, 보위부장의 3위 일체를 동급으로 대하던 이전 낡은 사고방식을 깨고 철저히 당 중심 체제로 군을 통제해 특수기관 행세하는 보위부에 대한 당적 통제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상부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즉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해 최고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원화된 권력 집중화를 유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별도의 특수기관처럼 모든 사업이 베일에 싸여있던 보위부 사업을 철저히 당에 귀속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인민군당위원회는 ‘힘센 특수기관으로 자처하던 독단적 행태에 ‘당권’을 발동해 단호히 처갈겨라’ ‘최고사령관의 유일적 영도 밑에 전군(全軍)이 한결같이 움직이는 강한 조직규율 확립’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25일 전날(24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하에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1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인민군당위원회 지시에 따라 후속 조치도 착착 진행 중이다.

일단 각 군 정치위원들은 22일부터 부대 보위부 군관 개별담화와 더불어 사업계획서 및 집행안 검토에 착수했다. 또한 이들은 내달 10일까지 보위 사업 실적과 진행 결과를 상세히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인민군당위원회는 각 군 보위부 연말 사업평정서에 따라 최고사령관 추대 10돌(12‧30) 전까지 간부사업(인사)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보위부 내부에서는 반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잔뼈가 굵은 보위 지휘관들 사이에서 “보위 사업은 말 자체로 비공개 사업인데 정치부가 들여다 보는 게 말이 되나” “보위부가 있을 필요가 있나, 정치부가 다 해먹으면 되겠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