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어 작전 수행을 위해 장기간 국경 지역에 투입된 폭풍군단(11군단) 군인들이 열악한 식사 여건에 민가 도적질을 넘어 국가기관 식량 창고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폭풍군단이 국경에 오래 나와 있으면서 사상적으로 안일 해이해진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식량 공급까지 안 좋아져 더욱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국경경비대처럼 중국 대방(무역업자)들과 선이 연결된 것도 아니라 도적질을 하는데 이제는 하다 하다 국가기관 후방시설을 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폭풍군단에 식량이 공급되기는 하지만, 국경에 오래 있다 보니 점점 질이 한심해진다”면서 “군민(軍民)관계라도 좋으면 현지에서 도와주기 마련이나 이마저도 많이 훼손됐고 부업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순수 공급이 부족하면 자체로 벌어먹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결국에는 기관을 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회령에서는 이달 초 폭풍군단 군인 3명이 한밤중에 회령시 보위부 담장을 넘어가 후방부 창고를 터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순찰을 돌던 근무자들에게 들켜 현장에서 붙잡혔고, 결국 제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제의 군인들이 속한 대대의 대대장과 정치지도원, 보위지도원 등 3명도 철직됐으며, 해당 대대는 이달 중순께 모두 철수해 다른 1개 대대 역량으로 교체됐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15일 배포된 당중앙군사위원회 강연자료에 담기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당중앙에서는 국가기관에 손을 대는 행위는 심각한 법적 문제라면서 이 사건을 통해 국경 지역에서 일어나는 무규율적인 현상에 경종을 울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폭풍군단의 철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현재 국경 지역의 장벽·고압선 설치 공사가 자재 부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서 폭풍군단의 철수 시점도 예상보다 더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폭풍군단 지휘부는 국경 투입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후방교란 등 주된 전투 임무 수행이 어렵고, 사상 해이 동향을 보이는 군인들이 이탈해 국경을 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하루빨리 철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소식통은 “지금 변대(변압기)를 구간마다 설치해야 하는데 국가가 보장 안 해주고 각 도의 당·정·군이 자력갱생으로 설치하라고 해서 지금 (장벽·고압선 공사) 완공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폭풍군단 철수의 핵심은 변대인데 그게 보장 안 되면 폭풍군단 철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국경 방어를 위한 장벽과 고압선 설치를 10월 10일 당 창건일까지 완료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10월 1일부터 10일 사이 국경 4개 도(평안북도·자강도·양강도·함경북도) 연선에 중앙당과 내각, 보위성 합동검열조가 내려와 설치가 제대로 됐는지 평가할 예정인데, 이 검열에서 불합격 판정이 내려지면 폭풍군단의 철수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 폭풍군단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홀대와 국경경비대의 텃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폭풍군단 군인들 속에서는 아직도 ‘인민들에게 맹물 한 그릇 얻어먹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며 “나랏일을 하러 온 건데 국경에서는 치안대 취급을 당해 발붙이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경의 매대집들에서는 팔에 붙은 표식을 보고 폭풍군단이면 물건이 없다고 하거나 값을 더 비싸게 받고 있고, 또 “폭풍군단에 외상은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폭풍군단과는 외상 거래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밀수로 먹고살던 국경의 주민들은 “우리가 이렇게 어려워진 게 누구 때문이냐”면서 폭풍군단에 대한 강한 적대심을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도 폭풍군단 군인들이 현지에 적응해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