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밀, 보리 1kg 28원에 수매” 스스로 무덤판 북한 당국

소식통 “주민들 시장에 4000원에 팔아...봄철 곡물 수매, 계획의 50% 못 미칠 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농촌핵심진지를 더욱 든든히 다지자’면서 “우리의 혁명진지를 반석같이 다지려면 농촌진지를 강화하여야 하며 여기에서 기본은 농촌핵심진지를 튼튼히 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부령군 석막협동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농업 당국의 보리와 밀 수매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올해는 장마와 냉해로 작황이 지난해보다 못한 데다가 코로나19에 의한 식량부족으로 국가 수매보다 시장에서의 민간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해 최종 수매물량은 당초 계획량의 5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생산된 보리, 밀 정부 수매는 이달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평안남도 농촌경리위원회 산하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수매량을 종합한 결과 당초 수매계획의 반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단 이와 같은 결과가 초래된 주요 원인으로는 작황 부진이 꼽힌다. 봄부터 냉해 피해가 이어지더니 여름에는 무더위와 더불어 장마까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쳤다.

북한 당국이 제한된 경지면적에서 필요한 곡물을 해결하기 위한 자력갱생 정책의 일환으로 2모작을 꾸준히 장려하면서 이를 ‘전투적’으로 집행되기도 했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더 큰 책임은 북한 당국에게 있다. 이는 곡물 수매 계획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현지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즉 6월 10∼15일이면 산지에선 밀, 보리 수확이 거의 다 끝나는데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열악한 농민들은 정부 수매보다 당장 주린 배를 달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국은 정책 강요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

맥주 생산 등 식료공업의 원료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수매가 성공하려면 농민들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옥수수나 쌀로 교환해 주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매년 반복된다. 당국은 여기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실과 맞지 않은, 너무 싸게 책정된 수매 가격도 문제다. 소식통은 “시장에서 1kg당 4,000원 이상으로 거래되는 밀과 보리를 (당국이) 28원에 가져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말로는 농민 생활 개선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곡물 수매 가격을 국정가격으로 고집하는 건 무슨 이유인가. 시장 변화에 맞게 수매 제도를 개선해야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