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지역별 주요 곡물 가격이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과 신의주(평안북도) 등 대도시의 곡물 가격은 대폭 상승하고 혜산(양강도)과 같은 북중 국경지역의 물가는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지역별 쌀과 옥수수 가격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일 평양의 쌀 가격은 1kg에 5200원, 옥수수는 2900원으로 조사됐다. 이달 9일 평양 쌀 가격이 4400원, 옥수수가 2100원이었던과 비교할 때 약 일주일여 만에 쌀은 18%, 옥수수는 38%가 오른 것이다.
신의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17일 신의주에서 쌀은 1kg에 5300원, 옥수수는 3100원에 거래돼 지난 9일(쌀 4500원, 옥수수 2300원)보다 각각 18%, 35%가 상승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초 주민들에게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5일치의 쌀을 시장 가격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지난달 말 기관 간부 및 절량세대(돈과 식량이 떨어진 세대)에 식량을 공급하기도 했지만 그 양이 충분치 않아 시장 가격 안정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또한 가을 추수를 앞두고 현재 쌀과 옥수수 등 곡물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평양, 신의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혜산, 온성(함경북도) 등 국경지역의 곡물 가격은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혜산에서는 쌀 1kg이 5300원, 옥수수가 3000원에 거래됐다. 지난 9일 가격인 쌀 5800원, 옥수수 3100원과 비교하면 쌀은 9% 하락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말 쌀이 1kg에 7000원, 옥수수가 4000원까지 치솟은 이후로 현재까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경 쌀 가격이 1kg에 1만 5000원까지 폭등했던 온성도 이달 14일 쌀 5400원, 옥수수 3200원으로 가격이 내려 앉았다.
국경지역 곡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배경에는 당국의 통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소식통은 19일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하는 연합지휘부가 이달 초 국경지역을 돌며 불법 쌀 도매상들을 잡아들였다”며 “국가에서는 쌀 사재기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반사·비사의 대표적 행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쌀 데꼬’라고 부르는 곡물 도매상들은 국가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쌀을 다른 사람 명의로 사들였다가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쌀 취급 정도에 따라 단련대형 또는 교화형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쌀 공급에 대한 정치사업자료에 따르면 당국은 “이 공간(국가식량판매소)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꿔 많은 식량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쌀 사재기를 경계한 바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단독] 북한 “쌀 공급에도 불만 표출은 배은망덕한 태도”)
연합지휘부의 쌀 도매상 단속 조치는 해당 경고에 대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통제로 인해 지역별 격차가 컸던 시장 물가가 비슷한 가격대로 변동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은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이면서 민심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북한 당국은 일부 주민들에게 쌀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거나 상인들을 단속하는 방법으로 곡물 가격 안정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