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재판 나온 범죄자 90%가 살림집 털이범이었다”

경제난에 도둑 기승...소식통 "형벌 기준 대비 가중 처벌 적용"

북중 국경지역에서 바라 본 북한 살림집. 창문에 비닐을 덧댄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최근 북한에서 도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경제난으로 인해 생계절벽에 몰리자 도둑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도시 곳곳에서 살림집 털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도둑은 예전부터 많았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더 늘어난 모습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시장에서도 식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장사도 안 되고 돈도 없고 어디 가서 품팔이도 어려운 실정이라 생계형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북 제재 장기화, 국경봉쇄로 인한 무역 급감의 영향으로 물가 불안정, 생필품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생계 위기에 몰린 주민들이 도둑질에 나선 모양새다.

소식통은 “얼마 전 개천시에서 진행된 공개재판에서 범죄자 21명이 처벌됐다”면서 “그중 19명이 살림집 털이범이고 나머지는 남조선(남포) 드라마 시청 및 유포로 체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공개재판을 어떤 때 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체제 결속을 위해 공개재판을 한다.

한국 드라마 시청 및 유포는 최근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라고 칭하면서 강력하게 단속, 처벌하고 있는 사안이다. 북한 당국이 살림집털이 범죄를 한국 드라마 시청에 준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한 당국은 공개재판에서 살림집 털이범에 대한 양형을 형법에 명시된 것보다 무겁게 선고했다. 본보기로 범죄자를 실제 형벌 기준보다 강력하게 처벌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소식통은 “개천 철도국 영업소 노동자는 천리길동의 빈집에 들어가 쌀과 옥수수 등 식품을 싹쓸이해 나가던 중 그 집 딸에게 발각되자 각목으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쳐 중태에 빠뜨리고 달아났다 체포됐다”며 “공개재판에서 10년 (노동) 교화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 형법(271조)은 고의로 사람의 생명에 위험할 정도의 상해를 입혔거나 노동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 자에게 최대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형법상 개인재산을 훔친 죄는 1년 이하의 노동교화형(283조)을 받는다.

북한의 범죄병합 시 형벌 양정(45조)은 ‘한 범죄자가 저지른 여러 형태의 범죄를 함께 재판할 경우에는 매 범죄별로 형벌을 량정한 다음 제일 높이 량정한 조항의 형벌에 나머지조항의 형벌을 절반정도 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북한 형법대로라면 271조의 5년, 283조의 형량의 절반인 6개월을 합친 5년 6개월 형이 재판부가 내릴 수 있는 최대 양형이다. 형량이 무려 4년 6개월이나 높게 나온 셈이다. 북한 당국의 의도에 따라 양형이 제멋대로인 모습이다.

다만, 여죄가 더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