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정상회담 前 영변 핵단지 명칭 변경…핵시설 교란?

소식통 "'영변'이라는 지역명 떼고 '1군수산업핵물리단지'로 개칭…2, 3의 핵 단지도 지정 예정"

영변 핵시설. /사진=연합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북한 당국이 평안북도 영변 핵 개발 단지의 정식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향후 진행될 비핵화 협상에 대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1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영변 핵물리 지구를 ‘제1군수산업핵물리지구’로 개칭했다.

영변 지구 명칭 변경은 당중앙위원회와 내각이 공동 결정한 사항으로 지난 11일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특구지구 발표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영변이라는 지역명을 없애고 ‘제1군수산업’으로 개칭한 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기 전 주요 핵시설의 위치를 교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영변을 핵 단지의 대표격(제1지구)으로 지정한 건 오히려 이미 북한의 대표적인 핵개발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한번 제시했던 카드인 만큼 영변 자체를 기밀에 부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즉, 북한은 영변을 제1군수산업핵물리단지로 지정함으로써 영변에 제기되는 방사능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를 반박하고 깨끗하게 정비된 일반적인 산업단지처럼 위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중앙위원회와 내각이 공동으로 밝힌 특구지구 명칭 변경의 목적은 세 가지인데 이 중 두 가지가 영변 지역의 지위를 격상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증명하는 데에 무게가 실려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영변 지구 정식 명칭 변경의 목적은 첫째, ‘온 세계의 초점이 집중된 우리나라 거대한 군수 핵물리 지구의 인민과 당기관, 군, 행정기관, 사법검찰기관의 지위를 상향 조정하며 국가 공급을 확대’와 둘째, ‘해당 지구에 대한 출입통제의 수준을 한층 높여 불순분자를 막아내고 반간첩 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당국이 지위 상향과 국가 공급 확충을 밝힌 만큼 영변 지역 주민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출입통제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영변 지역에서의 핵 관련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군수산업’이라는 명칭이 붙은 점에서 보면 핵시험 단계를 넘어서 핵무기를 실전화하는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세 번째 목적에는 ‘영변 지역 사람들의 수명이 짧다는 데 대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온 세계에 증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최근 북한 당국은 내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TV 프로그램에 영변 지역에 거주하면서 100세를 맞은 장수자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생일상을 보냈다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방영하는 등 영변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 선전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북한의 이러한 영변 지역 단속은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영변 폐기 및 대북제재 완화 조건이 받아들여지고 영변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방문할 경우를 대비한 사전 조치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제2, 제3의 군수산업핵물리지구도 곧 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지역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측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변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하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제시한 플러스 알파의 예상 목록에 항상 오르내리는 평양 외곽 천리마구역의 강선이나 평안북도 박천 등은 북한 당국이 새롭게 지정한 제2, 제3의 군수산업핵물리지구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거론된 바 없고, 미국이나 한국 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지역이 제2, 제3의 군수산업핵물리지구로 지정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