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여성·부부 전투비행사 대폭 늘여라” 친필말씀 내려…왜?

새 공군사령관 보고서에 당 군정지도부 1호 지시 하달…잦은 전투기 추락사고에 결혼 기피 심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초의 여성 초음속전투기 비행사인 림설과 조금향의 시범 훈련 직후 직접 축하했다고 노동신문이 2015년 6월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달 초 북한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부에 “여성 전투비행사, 부부 전투비행사 대열을 대폭 늘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말씀’이 내려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4월 2일 당중앙위원회 군정지도부에서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부에 김정은 동지의 친필말씀을 내렸다”며 “그 핵심은 여성 전투비행사와 부부 전투비행사 대열을 대폭 늘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부에 내려진 김 위원장의 친필말씀에는 우선 “남성 전투비행사들에 걸맞은 새 세대 여성 전투비행사 대열을 대폭 늘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김 위원장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밀고 가는 조선(북한) 여성들은 가사(家事)보다 국사(國事)를 더 귀중히 여기는 믿음직한 일꾼들”이라면서 “조선 여성들은 강인하기 때문에 전투비행기를 몰 수 있으니 차광수비행군관학교에서 나라의 보배이고 자랑인 여성 전투비행사들을 많이 양성하라”라고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이번 친필말씀에는 “부부 전투비행사 대열을 대폭 늘이라”는 점 또한 핵심적으로 강조됐는데, 여기에는 부부 전투비행사들이 받게 될 특별 혜택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먼저 남녀 전투비행사들이 결혼하면 결혼식 행사나 집을 부대가 전적으로 보장해주고 세간 살림 역시 부대 당위원회가 책임지고 갖춰주도록 하고, 부부 전투비행사가 자식을 낳으면 대를 이어 전투비행사가 될 수 있도록 국가가 돌봐주도록 하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부부 전투비행사의 자식은 만경대혁명학원(딸의 경우 강반석혁명학원) 우선 입학 대상자로 분류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본래 혁명 유자녀나 고위 간부의 자녀들이 만경대혁명학원에 들어가려면 군 총정치국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부부 전투비행사의 자식은 부대 당위원회가 명단을 올려보내면 심의를 거치지 않고도 입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부부 전투비행사는 두 사람 모두 편제 군사칭호보다 한 계급씩 높여주고, 부부 중 남성 전투비행사의 ‘노르마’(특수직업군에 주어지는 특별공급량) 규정은 특급 단계로 올려 제공하도록 하라는 지시도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직승기 노르마, 우뚜바(경비행기) 노르마, 전투비행사 노르마가 다 다른데, 그중에서도 전투비행사는 1호 노르마 규정에 따라 남성 기준 월 대덕산 담배 2보루, 초콜릿 5kg, 계란 30알, 육류 10kg이 공급됐다”며 “그런데 이번에 특급 단계를 새로 만들어 부부 전투비행사 중 남성에게는 기존 노르마의 2배를 공급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육류는 돼지고기, 닭고기 등 종류별로 나누고 양도 수치화해서 공급 체계를 세웠다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단, 부부 중 여성 전투비행사들의 노르마는 기존과 동일하게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 구분대들의 강하훈련을 참관했다. 사진은 인민군 대원들이 AN-2로 추정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소식통은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부에 이 같은 내용의 김 위원장 친필말씀이 내려진 배경에 대해 “지난 2월 새로 부임한 공군사령관이 전투비행단을 료해(파악)한 뒤 전투비행사들의 생활에 대한 문제를 담은 보고서를 올려보냈기 때문”이라면서 “기본 목적은 전투비행사들의 생활을 안착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전투비행사는 예부터 가장 선망하는 신랑감, 사윗감이었으나 최근 전투기 추락사고가 잦아지면서 공군에서 근무하는 간부들마저도 딸을 전투비행사에게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거부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인 북한 여성들도 “남편이 훈련에 나갈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지 않느냐” “남편이 훈련하다 추락사고라도 나면 졸지에 청춘과부 신세가 된다”면서 전투비행사와의 결혼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전투비행사들은 비행기를 타고 경계가 없는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언제든 도망칠 수 있으니 가정을 만들고 생활을 안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서 여성 전투비행사들을 많이 양성하고, 부부 전투비행사도 많이 탄생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렇듯 북한은 김 위원장의 친필말씀을 내리고 파격적인 대우까지 제시해가며 여성 및 부부 전투비행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부부가 다 비행기를 가지고 남조선(남한)으로 도망치면 어쩌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