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일부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채용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간부나 돈주(신흥부유층)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주민에 매월 고정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혜산시의 일부 아파트들에서 경비원을 고용하여 그에게 생활비를 주고 있다”면서 “세대별 경비 날짜가 돌아오면 경비원에게 약속된 금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1990년대 초반 수도 평양에서부터 나오기 시작됐다. 당시엔 주로 노동당 간부들이 감추고 싶은 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염려, 경비원을 고용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나선 특별시와 신의주(평안북도) 지역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혜산에서 경비원을 고용한 아파트에서는 원래 세대별로 일일경비를 서야 하는 게 규칙이었다고 한다. 불참한 세대에 한해서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아파트에 필요한 곳에 사용하곤 했었다는 것.
그러다 인민반 경비에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세대당 비용을 갹출하기로 하고 경비원 채용을 합의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사기업에서 월급을 주고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태가 주민 사회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경비원이 받는 월급은 아파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600위안(元, 한화 약 1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600위안은 현재 북한 시장환율(1위안 1200원)에 따라 계산해 보면, 북한 돈으로는 72만 원에 해당된다. 또한 쌀 약 140kg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4인 가족은 충분히 먹고살 만한 금액이라는 평가다.
특히 일반 국영기업소 월급인 3000원에 비교하면 무려 240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청장년들 속에서 경비원이 인기 직업으로 갑자기 부상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경비원 직업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훔쳐갈 것도 없는데 무슨 경비냐”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로 빚어진 경제난을 몸소 실감하고 있는 주민들이 경비의 필요성이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확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장사가 더 잘 된다면 자신의 물건을 지키는 사람을 고용하겠다고 나서는 주민이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