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강산서 68년만에 ‘부녀상봉’…”지금까지 살아줘 감사해”

“오래 산 보람이 있네요. 지금까지 살아줘서, 살아서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말할 겁니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난길에 오른 뒤 전쟁통에 세 살배기 딸과 생이별한 황우석 씨(88). 그로부터 68년이 지나 현재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오는 2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할 대상자로 선정돼 북측에 살고 있는 딸 황영숙 씨(71)를 만나게 됐다.

10년이면 바뀐다는 강산이 수차례 바뀌었을 만큼 세월이 흘렀어도 딸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황 씨의 마음 한편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아버지로서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그는 앞으로 닷새 뒤면 겪게될 딸과의 만남을 상상하며 가슴 뛰는 상봉의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

최근 통일부 공동취재단과 만난 그는 “(딸에게) 많이 미안하다”며 “걔가 고생도 많이 했을 거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을 것”이라며 가장 먼저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가까운 친척도 없이 홀로 집안의 경조사를 챙겼을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는 ‘딸을 만나게 되면 어떤 첫 마디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살아줘서, 살아서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걔가 유일하게 살아서 상봉을 하게 된 것이니 고맙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래도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줘서 진짜 고맙다”고 감격에 겨운 모습을 보였다.

이어 황 씨는 “이번에 부녀 상봉이라는 게 참 소설 같은 이야기다. 한국에서나 있을 일이지 다른 나라에서는 그럴 일이 없지 않은가”라며 비극적인 분단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돼 자유롭게 왕래도 하고, 서신을 주고받거나 전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황 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8월 20일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남측 방문단에 포함된 황우석 씨가 북측에서 전달해 온 생사확인회보서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통일부 공동취재단

무려 30여년 만에 상봉대상자로 선정돼 북에 있는 혈육을 만나게 됐다는 기쁨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일찍 선정이 됐다면’하는 아쉬움도 있다. 황 씨는 “제가 10년 전에만 (선정)됐어도 여동생들을 다 만날 수 있었다”며 “16년도에 세상을 떠난 여동생도 있다. 지금 걔가 살았으면 80세인데,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 북한에서 전해온 생사확인 회보서에는 황 씨의 여동생 3명의 사망일자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그 중 둘째 여동생은 불과 2년 전인 2016년에, 셋째 여동생은 그보다 조금 이른 2015년 말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여동생들을 만날 수 없게 됐다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됐지만, 한편에서는 뜻밖의 희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상봉에 딸 영숙 씨의 자녀인 고옥화 씨(39)도 함께 나오게 됐다는 것. 예상치 못한 외손녀와의 만남 역시 이번 상봉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한편, 황 씨는 이번에 만나게 될 딸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는 데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솔직히 가락지나 두어 개 해가서 하나씩 꽂아주려고 했는데 (방북) 안내문에 보니 금이나 은은 안 되더라”며 “시계는 10만원 미만은 가능해 전자시계 말고 태엽 감는 시계를 갖다 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번 상봉도 통일부하고 적십자사에서 협력해서 여러 분들이 고생해서 성사시킨 것 아니냐”면서 “그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