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DJ 회동 “결국 정권교체·’햇볕’파국 막자는 것”

▲ 제 16대 대통령 취임식 때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 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이례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노 정권 출범 후 대북송금 사건 특검 등으로 DJ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데다 최근까지 열린당과 민주당 통합에 대해 이견을 보여 관계가 껄끄럽다는 평가를 받아온 두 전 현직 대통령의 만남이라 세간의 말이 무성하다. 민주당조차 노 대통령의 깜짝 이벤트라며 평가절하했다.

청와대와 동교동 측은 5일 “이날 방문은 김대중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정치적 얘기는 없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여당도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삼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발 정계개편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두 전현직 대통령간의 만남에 대해 이 같은 해명은 너무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현직 대통령이 별 생각 없이 식사나 하려고 전직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했겠냐는 것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만나 부동산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라며 “결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계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DJ는 스스로 권력을 잡으려고 수많은 정당을 깨고 다시 만들었는데 그런 정당이 지금 어떻게 됐느냐”며 “집권 여당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당을 해체하고 이합집산하겠다는 것은 권력을 잡기 위한 ‘DJ식 술수’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노무현 기획의 돌출적 이벤트”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호남을 비롯한 DJ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보겠다는 시도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 동안 ‘호남 표심잡기’에 주력한 한나라당으로서는 호남에서의 DJ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번 만남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의 지도부의 ‘호남 끌어안기’ 시도, 당 유력 대권주자들의 잇따른 ‘호남 표심잡기’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무현-DJ 회동이 ‘反 한나라당 연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전현직 대통령이 보수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정권교체만은 막아보자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면서 “호남세를 상실한 노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햇볕의 파국을 막기위해서 DJ도 마음이 급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