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기 6자회담 직후 북한 방문 검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차기 6자회담이 열리면 회담 직후 북한의 핵시설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방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미국은 또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2.13 합의 이행이 상당기간 지체되고 있는 것과 관련, 차기 6자회담 개최 이전에 북한과 양자회담을 열어 2.13합의 이행과 핵불능화 로드맵 논의 등 6자회담 프로세스를 촉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BDA 해결과 6자회담 개최 일정 등을 감안하면 힐 차관보의 방북은 이달 말쯤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힐 차관보의 방북은 지체되고 있는 2.13합의를 신속히 이행하기 위한 전략적 의지의 표출”이라면서 “현재 막바지에 다다른 BDA 문제의 해결 직후부터 가시적인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계획에 대해 북한측도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원론적 동의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측도 다양한 외교접촉을 통해 미국의 의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5일 방송된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특별회견에서 “평양방문에 활짝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과거 2005년에도 북한측과 저의 평양 방문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여건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이라크 재건지원을 위한 국제회의 참석차 이집트를 방문한 계기에 회담을 갖고 BDA 문제가 해결되면 2.13 합의에 따른 초기단계 조치의 이행으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BDA 문제가 일시적이고 절차적인 문제라고는 하지만 이로 인해 2.13합의이행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중요한 현안논의를 못하는 등 부정적 여파가 심각하다”면서 “BDA문제가 해결되면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보다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한미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방북 기간에 영변 핵시설 폐쇄 현장을 직접 시찰하는 한편 북한 고위당국자들과 핵폐기의 현실적 목표에 해당되는 ‘불능화 조치’를 위한 로드맵과 이에 상응하는 북.미 관계개선의 단계별 조치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지난 4일 존스홉킨스 대학원 초청강연에서 BDA 문제가 “정말로 힘겨운” 과제였지만 당사국들의 긴밀한 협의에 의해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1단계 합의의 이행지연에도 불구하고 이를 만회하고 연내 2단계까지의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소식통은 “힐 차관보의 1, 2단계조치는 초기조치 이행과 불능화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가 방북할 경우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동행하는 공개 방문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차기 6자회담 개최와 관련해 외교소식통은 “BDA 문제가 이번 주내 해결되면 그 직후 영변 핵시설 폐쇄를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의 방북이 이뤄질 것이며 6자회담은 대략 내주 말이나 21일 시작하는 주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6자회담 이전에 열릴 북.미 양자회담은 베이징(北京)과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제3국 도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