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게임 개발자가 돌연 ‘국가전복음모’를 꾀했다고?

北보위성 '보석 오락' 출시 일주일만 몰수 조치...소식통 "일본 풍 음악 및 천사 캐릭터 문제 삼은 듯"

북한 KCC(조선콤퓨터중심)에서 최근 출시한 ‘보석 오락’ 휴대전화 게임.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제공

북한 당국이 최근 출시된 북한판 휴대전화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보석 오락’을 몰수 조치하고, 개발자는 ‘국가전복음모죄’라는 혐의로 체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1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이 전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2일 KCC(조선콤퓨터중심)에서는 시장에 새롭게 개발된 휴대전화 게임 앱 10개를 선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로 게임을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새것에 민감한 장마당 세대의 소비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난을 주민들 호주머니를 노리는 방법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전략이 성공하는 듯 보였다. 평양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모았고, 새롭게 개발된 것(3개)보다는 기존 게임에 배경 음악이나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한 앱(7개)을 내려받으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국가보위성이 19일부터 게임 앱 ‘보석 오락’을 삭제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당연히 컴퓨터 봉사소와 관련 업종에서는 이 앱은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이 게임을 구입한 돈주와 청년들 사이에서 이 게임이 오히려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체를 궁금해하는 주민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앱을 직접 접한 주민들 사이에서 당국이 갑작스러운 지시를 내린 이유에 대해 일단 ‘음악’과 ‘캐릭터’를 꼽는다. “오락(게임)의 내용과 형식은 기존과 비슷하나 음악과 주인공(캐릭터)이 모두 우리나라(북한) 게 아니라서 붉은기 사상을 좀 먹는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즉, 배경 음악이 일본풍이고, 게임 내 캐릭터가 성경에서 전하는 천사 옷을 입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불거진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당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이유를 주민들에게는 공표하지 않으면서 이 게임 구성을 담당한 KCC 소속 프로그래머 조(20대 후반, 남) 씨를 체포해 갔다고 한다.

한편, 출시 과정에서 KCC 내에서나 보위성 전문부서에서도 이 앱에 관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게임 음악이 ‘제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당의 사상에 부합된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좋은 평가를 받아 통과됐는데 갑자기 ‘반국가음모죄’(국가전복음모죄) 혐의로 끌려 갔으니 억울하지 않겠나”면서 “오락으로 주민들을 불온사상으로 선동할 수 있다고 본 건데, 안타까운 젊은 인재가 또 희생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