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시 사진사 간첩으로 몰려 체포…필름에 ‘이것’ 담겨있어…

북한 함경북도 국경지역의 한 마을.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의 한 사진관에서 주요 시설물과 가난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필름이 다수 발견되면서 사진사가 보위부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지난 20일 회령시에 있는 한 사진관에서 내부의 여러 상황을 찍은 사진필름이 대량 발견돼 사진사가 간첩으로 몰려 보위부에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진사는 북한에서 ‘월남도주자’라 칭하는 탈북민 가족으로, 이전부터 보위부의 감시 대상이었으나 지금껏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평범하게 지내오다 얼마 전 필름이 잘못 전달되는 우연한 일로 보위부에 체포됐다.

앞서 설 명절에 사진을 찍은 한 주민이 해당 사진관에서 사진을 현상해가면서 필름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고, 그때 사진사가 헷갈려 실수로 다른 필름을 내준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이후 필름을 펼쳐보는 과정에 그 안에 담긴 사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서 필름이 잘못 전달된 것을 알았는데, 해당 필름 안에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이 담겨 있어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바로 보위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주민의 신고를 받은 다음 날인 2월 20일 불시에 사진관을 들이쳐 모든 필름을 회수하고 검열했다”며 “그런데 거기에 회령시 안의 동상과 애육원 등 주요시설과 건물들을 찍은 사진과 주민들이 구루마(수레)를 끌고 시장으로 가는 풍경을 비롯해 가난한 농촌 현실들을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보위부는 사진관에서 나온 필름들을 살펴보고 이것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못사는가 하는 현실들을 찍어 적대국에 보낸 것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그가 사진사로 가장하고 간첩 활동을 해온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위부가 사진관을 검열하는 과정에 허가받지 않은 외국영화가 담긴 메모리(USB)들도 많이 발견돼 사진관 주인이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로 곧장 체포됐으며, 현재 예심 중에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보위부는 그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은 물론이고 해당 사진관에서 사진을 받아 간 주민들까지 모두 불러들여 다 같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탈북민 가족인 이 사진사가 간첩으로 몰려 보위부에 체포되자 탈북민 가족을 둔 다른 회령시 주민들이 행여 불똥이 튈까 불안해하면서 사건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있고 난 뒤 보위부는 탈북민 가족을 둔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더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려 담당 보위원들이 내부의 정보원들을 통해 이들의 거동 하나하나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